2026.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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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뜨거운 보은… "한국 PC방과 페이커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도 없었다"

 

[현장]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CEO, 방한 첫 전격 목적지는 마포의 한 PC방 25년 전 용산 상가 돌던 '청년 젠슨 황', 세계적 거물 되어 한국 e스포츠에 감사 전해 '페이커'와 손잡고 사인한 RTX 5090… "내게는 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

 

인공지능(AI) 혁명의 황제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캠프 PC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 방한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려한 대기업 접견실이 아닌, 한국의 평범한 청춘들이 게임을 즐기는 'PC방'이었다.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 준 한국의 e스포츠 문화와 팬들을 향한 젠슨 황의 깊은 존경과 감동적인 고마움이 담긴 '보은의 여정'이었다.

 

1. 환호와 박수갈채… "게임은 우리의 시작, 한국은 e스포츠의 고향"

장녀 메디슨 황 수석 이사와 함께 PC방 문을 열고 들어선 젠슨 황 CEO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시가총액 수조 달러 기업의 수장을 마주한 이용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PC방 안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 찼다.

젠슨 황은 손을 흔들며 "게임은 엔비디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 게임을 문화이자 스포츠(e스포츠)로 탄생시킨 위대한 나라입니다"라고 말해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쇄도하는 셀카와 사인 요청에 일일이 걸음을 멈추고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사상 가장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세계 최고 CEO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2. '용산에서 흘린 땀방울'을 기억하는 최고경영자의 초심

업계에서는 젠슨 황이 방한 첫 대외 일정으로 PC방을 선택한 배경에 담긴 역사에 주목한다. 1990년대 후반, 엔비디아는 파산 위기를 간신히 넘긴 무명의 신생 팹리스에 불과했다. 당시 청년 젠슨 황은 가방 가득 그래픽카드를 넣고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직접 발로 뛰며 영업을 다녔다.

그 척박했던 시절, 엔비디아의 구원투수가 되어준 것이 바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PC방의 폭발적 성장'이었다. 한국의 PC방들이 엔비디아의 3D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구매해 주면서 지금의 제국을 건설할 종잣돈과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젠슨 황은 과거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도 이 시절을 회상하며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말한 바 있다. "그 시절 한국의 PC방과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던 청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발명한 GPU 기술의 뿌리는 모두 한국 덕분입니다." 시가총액 세계 1위가 된 오늘날에도 자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를 잊지 않은 것이다.

 

3.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와의 만남, 그리고 백만 달러의 가치

약 10분간 팬들과 호흡한 젠슨 황은 마침내 한국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T1 선수단과 마주했다. AI 업계의 정점에 선 전설과 e스포츠 역사의 정점에 선 전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명장면이었다.

젠슨 황은 직접 챙겨온 엔비디아의 차세대 괴물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90'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한 뒤, 페이커의 사인을 나란히 받았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래픽카드를 현장 추첨을 통해 한 명의 한국 팬에게 선물했다.

젠슨 황은 기뻐하는 팬을 바라보며 "이 그래픽카드는 내게 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실은 내가 너무 갖고 싶다"고 유쾌하게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게이밍 GPU가 차지하는 비중은 데이터센터 AI 칩에 밀려 과거 35%에서 현재 8% 수준으로 줄었지만, 젠슨 황에게 '게임'과 '한국 팬'은 여전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4. 과거의 은혜를 갚고, 미래의 동반자를 만나러 가는 길

T1 선수단 및 팬들과의 꿈 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젠슨 황은 이날 저녁 홍대입구 인근의 한 소박한 삼겹살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제조업 리더들과 만나 한국의 소주와 삼겹살을 곁들이며 차세대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물리적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5년 전, 살아남기 위해 용산의 차가운 바닥을 굴렀던 대만의 이민자 출신 청년은 이제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게이머와 포옹하고, 한국의 재계 총수들과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논하는 거물이 되어 돌아왔다.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손을 잡아준 한국 시장을 가장 화려한 순간에 가장 겸손하게 찾아와 고마움을 전한 젠슨 황의 하루는, 지켜보는 이들에게 기술의 진보보다 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