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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도전한다. 100마일 산악 달리기 "The Angeles Crest 100 Mile Endurance Run&…

  • 작성자 : 김선생
  • 작성일 : 2023-06-01 15:00:28
  • 조회수 :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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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100 : Beyond the Limits  

한계에 도전한다


‘엔젤레스 크레스트 100마일 런’  (The Angeles Crest 100 Mile Endurance Run)

 

로스엔젤레스 북쪽에는 병풍처럼 대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샌 게이브리얼 산맥이 있다. 700,176 에이커에 달하는 ‘엔젤레스 내셔널 포레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숲(산림)으로서는 여덟 번째로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샌 게이브리얼 마운틴 내셔널 모뉴먼트’를 포함하고 있는 이곳은 거대한 산 안드레아스 단층과 여러 지질학적 힘에 의해 매우 가파르고 험한 산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8월 4일, 높고 험난한 이곳의 산등성이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종주하는 100마일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엔젤레스 크레스트 100마일 인듀런스 런’ 

 

이 대회는 아무나 출전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출전한다해도 험난한 코스 때문에 중도포기자가 속출하는 대회로 러너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악명이 높은 대회이다.  26.2마일 풀 마라톤 거리의 4배를 뛰어야 하는 대회, 낮에는 뜨거운 폭염과 싸우고 밤에는 칠흑같은 어둠 속을 헤쳐가며 험난한 산길을 100마일 달리는 대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 대회에 출전한 한인 마라토너들이 있다. 부에나 팍의 한인 마라톤 클럽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 소속 코치 3명(채민석, 이승윤, 션 리)이 바로 그들이다.

 

 ‘엔젤레스 크레스트 100마일 인듀런스 런’에 출전한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채: 채민석, 이: 이승윤, 션: 션 리)

 

 ▶ AC100이란 어떤 대회인가?

 

 채: 비공식적으로 미국 내 6대 100마일 대회에 속한다. 실제로는 4대 안에 꼽히는 가장 힘든 대회 중 하나다.

 이: 100마일 대회 중 나름 난이도가 있는 그래서 도전 하고픈 대회였다.

 

 ▶ 어떤 계기로 AC100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나?

 

 채: 얼떨결에 참가하게 됐다.

이: 마라톤과 트레일 런을 하면서 100마일 대회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도전하게 됐다. 사실 이렇게 어려운 코스인 줄 몰랐다.

 션: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 중 제일 힘든 대회라 들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채: 16년째다.

이: 5년째

션: 2015년에 시작했으니 만 3년됐다.

 

▶ 두 분은 비교적 짧은 경력인데, 그 정도로 100마일에 도전할 수 있나?

 

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같은 경우 트레일 런을 좋아하고, 그간 다른 트레일을 뛰면서 경험해봤기 때문에 일단 도전은 할 수 있었다.

션: 기간은 길지 않지만 3년 동안 울트라 마라톤 5개에 참가했고, 철인 삼종도 풀코스를 완주했다. 또, 보스톤 마라톤 출전과 마라톤 서브3(3시간이내 완주)라는 나름 짧지만 굵은 기록을 써 왔다.

 

▶ AC100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와 훈련을 했나? 

 

이: 매주 뛰는 거리를 평소보다 조금 더 늘려 트레일로 뛰고, 마운틴 발디도 2번 정도 올랐다. AC100대회 코스의 일부 구간도 몇 번 뛰어봤다. 그리고 경험자들의 이야기와 온라인상의 정보 등을 많이 참조했다. 뛰면서 먹는 음식 등도 조사하여 실제로도 사용했다.

션: 마운틴 발디를 오르며 고도 적응 훈련을 했고, 더운 날씨에 점퍼를 입고 뛰는 히트(Heat)트레이닝 등도 산에서 했다.

채: 올해 초부터 100마일 대회 훈련을 하면서 2월에 있던 샌디에고의 시카모어100K 대회에 참가했었다. 어둠 속에서 내리막을 달리다가 발목을 접질리며 굴러 부상을 입었다. 발목이 상당히 회복되었다고 느끼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사실 이번 AC100마일 대회는 부상으로 인해 연습량이 부족했다. 대회 전날까지도 포기를 해야하나 갈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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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마라톤 대회 준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 우선 트레일에 익숙해야 하고 9천 피트 높이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즉, 고저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100마일의 장거리를 뛸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 그리고 근성이 있어야 한다.

션: 마라톤은 보통 이른 새벽에 시작해서 오전 중에 끝나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 대한 많은 준비가 필요가 없다. 하지만, AC100은 새벽 5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전 이후까지 뛰어야 하므로 온도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음식물 조절과 준비가 완주와 탈락을 좌우할 수 있다.

 

 

▶ 가족들이 출전을 반대하지는 않았나?

 

채: 물론, 모두들 반대했다.

이: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100마일에 대한 실감을 하지 못해서 반대라기보다는 어려운 일 정도로 인식한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경고는 받았다.

션: 다른 여러 대회에 참가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반대는 없었지만 염려하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 대회를 앞두고 무엇이 가장 걱정되거나 두려웠나?

 

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션: 산불

 

▶ 뛰는 동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이: 몸이 힘드니 심리적으로 거리가 더욱 길게 느껴지는 점. 약 60마일 이후부터 찾아온 실제보다 더 긴 것 같은 거리감.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의 끝. 곧 나온다던 에이드 스테이션까지가 왜 그렇게 멀기만 한지...

션: 쉬고 싶은 내 자신을 이기고 계속 뛰는 일.

 

▶ 채민석 코치는 근육 부상으로 중도 포기를 해야만 했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채: 산악 마라톤 코스는 산의 중턱을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한쪽 면이 매우 가파른 경사가 많다. 또 돌멩이, 나무 뿌리 등 노면이 고르지 않아 착지가 힘든 곳도 많다. 9천 피트 높이의 베이든 파월 정상에 오른 후, 내리막을 뛰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다 보니 쥐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충분치 못한 연습 때문이다. 

약 20마일 부근이었는데, 그후로 20마일 정도를 살살 달래가며 더 걷고 뛰었지만 증세는 더 심해졌다.

 

▶ 중도 포기를 결정해야했을 때 심정은 어땠나?

 

채: 짐을 벗게 되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지만, 포기도 경기의 일부이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기회는 또 있다. 여기서 멈춘다면 포기가 되겠지만, 다시 도전한다면 이번 대회는 연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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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후회하지는 않았는가?

 

채: 개인적인 이유로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주라는 요행을 바랐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솔직히 아쉬움이 있는 대회였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 이승윤, 션 리 코치는 밤새 뛰었는데 졸리지는 않았나?

 

이: 긴장감이 있어서 그런지 전혀. 발을 잘못 디디지 않도록 집중하느라 잠이 올 수가 없었다.

션: 밤에 뛰는 구간이 힘들고 위험한 구간이었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졸릴 틈이 없었다. 또 발에 물집이 크게 생겨서 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있었기에 졸리지 않았다.

 

▶ 션 리 코치는 솔로(Solo)디비전으로 뛰었다는데, 무엇인가?

 

션: 공식 자원봉사자 이외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40~100마일 구간에 옆에서 같이 뛰어주는 페이서(Pacer)를 사용할 수 없다.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 왜 그런 선택을 했나?

 

션: AC100대회는 신청 후에도 추첨에서 당첨이 돼야 참가할 수 있는데 솔로로 신청을 하면 당첨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솔로 러너는 심적으로도 더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완주자에게 수여하는 버클이나 셔츠에 ‘Solo Finisher’라고 새겨져 있을 만큼 특별하게 인정을 해준다. 개인적으론 더 힘든 시합을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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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솔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잠깐이라도 후회하지는 않았나?

 

션: 시합 중에는 후회한 적이 없다. 시합을 마치고 나서 다른 러너가 받은 혜택을 보니 조금 부러웠다. 옆에서 누가 같이 뛰어 주고 음식을 준비해줬다면, 좀 더 좋은 기록을 내지 않았을까 한다.

 

▶ 출전 자체를 잠깐이라도 후회한 순간은 없었나?

이: 대회 직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올 때 아주 잠깐.

션: 없다.

채: 60대를 지나는 나에게 미국에서 가장 힘든 100마일 대회에 서슴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받쳐주는 건강이 아직 내게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 어떤 생각(기분)이 들었나?

 

이: 이제 끝났고 해냈다.

션: 생각했던 목표보다 시간이 늦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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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를 마친 소감을 말해달라.

 

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회.

션: 모든 일이 그렇듯 하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끝내고 나니 이젠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시합에선 좀 더 준비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같이 훈련하고 서포트해 준 가족과 클럽에 감사하다.

채: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 놓은 듯한 후련한 느낌이다. 혼자라면 힘들었을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준 FRC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만일 자녀나 가족이 AC100에 도전하겠다고 한다면?

 

채: ‘마라톤 준비만으로도 건강을 지키기엔 충분하다’라고 말하며, 당연히 말린다.(웃음)

이: 적극 찬성.

션: 내가 가진 경험을 충분히 나누어 줘서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게 돕겠다.

 

▶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채: 일단은 2~3년 내에 평생 목표로 하는 333번째의 마라톤 완주이다.

이: 말해야 하나? 마라톤에서 서브 3를 해보는 것.

션: 같은 시합을 24시간 안에 마치는 것, 그리고 웨스턴스테이트100이라는 다른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 완주.

 

▶ 100마일에 또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채: 다시 시도할 것이다.

이: 기회가 된다면

션: 당연하다. 이번 대회는 시작일뿐이다.

 

▶ AC100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션: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경험해보니 이것저것 해줄 말이 많은데, 무엇보다 우선은 ‘도전해 보시라’ 이다.

채: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을 한계의 벽까지 내던지는 경험은 많지 않다. 그 벽을 부딪치며 넘어서려 노력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느끼지 않던 우리들의 다른 모습들, 가능성을 느낄 수도 있다. “꿈을 가지세요. 그 가능성은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 마라톤 또는 달리기에 관심은 있지만,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조언을 한다면?

 

 채: 중년, 노년을 지나는 이들의 건강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달리기다. 또한 가장 격렬한 운동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바르고 정확한 자세를 습득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Forrest Runners Club)은 부에나 팍/풀러튼에 있지만, 일단은 지금 사는 곳에서 가까운 한인 마라톤 클럽에 나가 보시기 바란다. 

여러분이 방문할 모든 달리기 동호회의 회원들은 초심자분들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 첫걸음은 힘들겠지만 여러분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에 비례하여 좋아지는 건강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일부터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걷거나 조깅을 해보시라. 그리고 주변에 마라톤을 즐기는 친구를 만들어 같이 시작하거나, 좀 더 재미있게 운동을 하려면 가까운 마라톤 동호회를 찾아가 보면 좋겠다.

션: 누구든 0마일에서 시작한다. 얼마만큼 갈 수 있는지는 뛰어봐야 알지만, 대부분이 깨닫게 될 것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시작한다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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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토요일 새벽 5시에 시작된 이번 대회에는 등록을 마친 258명 중 185명이 출전하여, 101명이 완주를 했다. 훈련과정에서 73명, 대회 중간에 84명이 포기를 한 것이다. 

 

AC100에 첫 출전한 이승윤 코치와 션 리 코치는 각각 68위(31:44:03)와 38위(28:11:51)의 준수한 성적으로 완주를 했다. 함께 출전한 채민석 코치는 40.4마일 지점에서 근육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중단하게 돼 크게 아쉬워했지만 개인 통산 288회 마라톤 완주의 대기록을 이어갔다.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의 설립자 중 한 명이기도 한 채민석 코치는 마라톤 333회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꼬박 이틀 동안 코치들을 서포트하고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결승지점에 모인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의 회원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선수들이 피니쉬 라인에 도착할 때마다 인종과 소속을 불문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거의 탈진 상태의 몸을 이끌고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일부 회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회원은 “도전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인지 미처 몰랐다. AC100마일은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일이다.” 라며,  “완주자를 두 명씩이나 보유한 클럽의 일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세 분의 코치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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