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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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한술 더 뜨는 폭스 앵커·플로리다주지사

지난 2020년 미 대선 이후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는 가도 트럼피즘(Trumpism)은 남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미국 우선주의와 이민자 혐오, 치안 범죄 강력 대응, 낙태·동성애 제동 등이 미 정치·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얻으면서 바이든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차용해 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각계각층 후계자들이 보수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언론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으면서 보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은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53)이다. 중남미 이민자 급증이 “미국을 가난하고 더럽게 만든다”고 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범죄 폭도”라고 비난하며, “푸틴이 날 해고한 것도 아닌데 왜 푸틴을 싫어해야 하느냐”고도 한다. 코로나 백신 음모론부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전쟁을 벌인다는 주장을 500만명 넘는 시청자에게 자극적으로 소개하면서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스러운 포퓰리즘 계승자”(뉴욕타임스)라는 평을 듣고 있다.

공화당의 2024년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오른 ‘베이비 트럼프’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는 진보 진영 전유물인 ‘정치적 올바름’과 전면전을 벌이며 입지를 높이고 있다. 디샌티스는 전국적 차원의 코로나 방역 규제를 거부하고 바이든 정부에 맞서면서 인기를 끌었고, 최근엔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시키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을 발효시켰다. 플로리다의 대표 기업 디즈니가 성소수자 인권을 들어 반발하자 디즈니에 반세기 넘게 부여한 세제 혜택을 박탈하겠다며 강공에 나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의 많은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이 ‘트럼프의 후계자 또는 지지자’를 자처하며 바이든 정권 심판론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은 “2020 대선을 도둑 맞았다”는 대선 불복 정서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 근거로 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는 ‘킹메이커’로 남을지, 스스로 ‘킹’이 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