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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암초...메타는 '손실 눈덩이'

  • 이준
  • 등록 2022.11.03 10:05:18

뚜렷한 수익모델없어 시장 반응 싸늘
MS 홀로렌즈 판매부진 사업 중단

KoreaTV.Radio 이준 기자 |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야심 차게 출발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AR(확장현실) 헤드셋, 홀로렌즈 시리즈가 암초에 부딪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MS는 메타버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가상 이미지와 현실 세계를 혼합하는 작업은 한계에 부딪혔고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하던 ‘홀로렌즈3′ 개발 작업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MS는 AR기기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지만 메타버스의 대중화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홀로렌즈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3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미군에 홀로렌즈 헤드셋 12만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지만 최종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엔 “(미군용 홀로렌즈) 테스트에 참가한 군인 다수가 메스꺼움, 두통, 눈의 피로를 경험했는데 이는 실제 임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미군 보고서도 나왔다.

 

장밋빛이었던 메타버스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메타버스가 전도 유망한 기술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 투자에 돈이 몰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나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리 모두 메타버스 시대가 언젠가 올 것을 알지만 그때가 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빅테크와 투자자들이 메타버스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을 정도다.

 

 

◇메타버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투자?

메타버스는 아직 학계나 업계에서도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개념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메타버스에 투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아직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를 정의하기 힘들다”며 “메타(옛 페이스북)가 구상 중인 메타버스 생태계는 불발될 것”이라고 했다.

 

메타의 지분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 알티미터캐피털의 브래드 거스트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메타에 공개 서한을 보내 “메타버스 사업 투자를 연 50억달러(약 7조원) 이하로 줄이라”고 제안했다. 메타가 지난해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10년간 100억달러씩 총 1000억달러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메타버스 사업의 실적 부진이 메타의 기업 가치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메타의 리얼리티 랩 부문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2억8500만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손실은 지난해 3분기의 26억3000만달러에서 36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거스트너 CEO는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미지의 미래에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실리콘밸리를 기준으로도 너무 큰 규모”라고 비난했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플러스’, 수익은 아직 ‘마이너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올 들어 거품이 걷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국내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4종이 한국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2주일 만에 1500억원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 자금이 몰렸다. 수익률도 높은 경우 20%를 넘어섰고 가장 낮은 상품도 14%를 웃돌았다. 2일 현재 이 ETF 4종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0~30%에 달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메타버스 사업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3억4000만명의 전 세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2020년 스노우에서 분사한 첫해 188억9706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기반의 메타버스 사업을 통한 수익모델 구축에 나섰고, SK텔레콤도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열었지만 둘 다 아직 이용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수준은 아니다.

 

ICT 업계 관계자는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기존의 게임이나 가상현실에 일부 기능을 추가한 방식에 그친다”며 “기존의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굳이 메타버스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