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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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미국 의회 연설…21번 기립 박수

방미 젤렌스키 우크라대통령 본회의장 연설
민주·공화의원들 “안보 문제에서 여야 통합”

 

KoreaTV.Radio Steven Choi 기자 | “1944년 나치 독일과 싸웠던 용감한 미군들처럼,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푸틴(러시아)의 군대에 똑같이 맞서고 있습니다.”

 

21일 저녁 미국 연방하원 본회의장에 나타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프랑스 북동부에서 독일의 반격을 저지한 ‘벌지 전투’를 언급하자 상·하원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민주·공화 의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301일째가 되는 날 미국을 전격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정파(政派)를 넘어 워싱턴 DC로 모여 들었다.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서 보니, 535석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 좌석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본회의장에서 만난 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하원은 휴회 기간인데도 대다수 의원들이 크리스마스 연휴, 지역구 행사 등을 뒤로하고 의회에 나왔다”며 “온갖 문제로 대립하는 여야가 ‘대러 전선(戰線)’이라는 안보 문제에서는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극비리에 워싱턴 DC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6분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짙은 올리브색 긴팔과 카고 바지 차림이었다. 8분 전 바이든 미 행정부 각료들이 입장할 때는 반응하지 않았던 공화당 의원들이 그가 등장하자 민주당과 함께 일어나 박수를 쳤다.

 

 

“우크라이나는 살아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역경과 파멸, 우울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의원들)들은 미국의 리더십이 확고하고 초당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미국의 돈(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젤렌스키의 방미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1조7000억달러(약 2169조5400억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 예산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지원 450억달러(약 57조4290억원)를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발언이었다.

 

이날 매카시 원내대표와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연설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러시아의 잔혹성을 비판하고, 미국의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부분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기립 박수를 쳤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를 이기는 것”이라며 “연말에 우리 모두(민주·공화)가 동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날 미 의원들은 약 26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총 33번의 박수를 보냈다. 그중 21번이 기립 박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