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골드타임' 이후에도 기적의 생환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인명구조의 '골든 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훌쩍 지난 데다 혹한까지 덮친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기적과 같은 구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희망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튀르키예 하타이주 남부에서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서 태어난 지 10일 된 신생아와 함께 이 아기의 엄마가 지진 발생 9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영상에는 구조대가 이름이 '야기즈'인 이 갓난아기를 잔해 더미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모습이 담겼다. 튀르키예 현지 언론들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야기즈는 체온 유지를 위해 온열 담요를 두른 채 구급차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날 같은 현장에서 야기즈의 어머니도 구조돼 들것에 실려 나왔다. 야기즈와 그의 어머니의 건강 상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을 알리면서 야기즈가 하타이주 사만다그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야기즈가 구조된 건물에서 남성 한 명이 추가로 구출되는 모습도 등장한다. 다만 이 남성이 야기즈 모녀와 친인척 관계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하타이주 북동부 크르칸의 건물 잔해 속에서 40세 생존 여성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무너진 건물 안에서 104시간 동안이나 버틴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구조작업은 독일 출신 구조대가 주도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테븐 바이엘 구조단장은 "이제는 나도 기적을 믿게 됐다"며 "사람들이 울며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나왔다니 정말 다행이다. 정말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AP·AFP통신은 이날 튀르키예 안타키아, 가지안테프 등에서 10대 매몰자 2명이 각각 사고 80시간, 94시간 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안타키아의 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16세 멜다 아드타스는 첫 지진이 발생한 6일 새벽 잠을 자다가 갑자기 덮쳐온 벽에 깔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사고 현장에 구조대가 즉각 투입됐지만 이들은 다른 피해자를 먼저 구조하느라 아드타스의 존재조차 신경 쓰지 못했다. 실성 일보 직전이 된 아드타스의 아버지가 사력을 다해 딸을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구조대가 건물 잔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 사흘 뒤, 그제야 벽 뒤에서 들려온 희미한 목소리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아드타스의 간절한 구조 요청이었다.
이 목소리를 들은 구조대는 즉각 아드타스 구조작전에 돌입했다. 아드타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구조 현장에는 정적이 이어졌다. 구조대는 묵묵히 길을 막는 장애물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했다.
작업 5시간 만에야 아드타스의 몸을 건물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구조 현장 주변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발만 구르던 아버지는 그제야 "우리 딸! 우리 딸!"이라며 기쁨과 안도감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함께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보던 지역 주민들도 동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멜다를 구급차에 실어보낸 뒤, 구조대의 얼굴에는 극심한 피로와 두꺼운 먼지가 덮여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먼지투성이인 구조대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포옹과 입맞춤을 전했다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일부 주민의 얼굴은 희열의 눈물로 뒤범벅돼 있었다.
구조대는 광부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한 구조대원은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는가. 그냥 잔해 속에서 소녀 하나 꺼낸 것이다"라며 겸손해했다.
딸을 되찾은 아버지는 구조대에게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가호를"이라며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