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이준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자, 미 국채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연준이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이 금리를 인상할 위험을 반영해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1일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연 4.01%을 기록, 4%를 뚫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를 넘긴 것은 연준이 네 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작년 11월 (장중 4.117%)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90%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끼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1~2월 고용·물가지표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데다, 오는 21~2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일(현지 시각) 사우스다코다주(州)에서 열린 행사에서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인상 양쪽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른 위원들도 덜 긴축하는 것이 과도하게 긴축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지난달 1일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75%로 0.25%포인트만 올리며 일단 금리 인상 감속(減速)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언제든 다시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5~5.25%로 올려야 한다”면서 “2024년까지 그 수준을 한참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보다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22일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준이 3월 회의 때 빅 스텝을 밟을 확률은 한 달 전 ‘제로(0)’에서 2일 현재 30.6%까지 올라간 상태다.
빅스텝 공포에 빠져 있는 금융시장과 달리,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됐던 탄탄했던 미국 노동시장이 차츰 진정 기미를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선 아직 노동시장이 뜨겁다고 나오지만, 민간 채용 공고를 보면 냉각 조짐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고용에 관한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치는 한 달쯤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노동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는 민간의 온라인 구인정보업체 실적을 보면 둔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 구인정보업체 ‘집리크루터’의 작년 12월 채용공고 통계치는 팬데믹 이전과 견주어 26%정도(노동통계국 집계는 57%) 많았을 뿐이고, 1~2월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집계됐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고용 데이터에서 (둔화를) 보지 못했지만 곧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항상 고객과 대화하는데, 과잉 고용의 위험이 걱정된다고 말한다”고 했다. 대규모 감원 소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정규직 500여 명을 해고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고용시장 과열이 진정되면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불균형이 계속되면 근로자 임금이 자꾸 올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오는 10일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고용시장 둔화 상황이 반영된 숫자가 발표된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폭도 좁혀질 수 있다.
한편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7.7을 기록해 전달의 47.4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넉 달 연속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을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세부 지표 가운데 고용 분야는 49.1로, 전달(50.6)보다 떨어졌다. 고용 둔화 신호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업황은 둔화하고는 있지만 급락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물가와 공급망 압력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