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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대 2번째 규모...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 이준
  • 등록 2023.03.11 07:28:56

2008년 이후 역대급...이틀만에 40년역사 은행 사라져
스타트업·VC 등 주고객, 예금보호 한도 넘어 파장 클 듯

 

KoreaTV.Radio 이준 기자 |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의 큰 축으로 성장한 스트타업 전문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량 예금인출과 주가 폭락 사태가 맞물리면서 40년 역사의 이 은행은 이틀도 안 돼 몰락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반으로 재정 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전 지점을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V)'이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이전하는 한편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역대 2번째로 큰 은행 파산 사태



이번에 파산한 SVB는 미국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전문은행으로 1983년 설립됐으며, 캘리포니아주·매사추세츠주 등에 총 1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VC 투자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들 기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들이 VC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SVB에 예치하고, SVB는 이 자금을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미국 내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의 44%가 이 은행의 고객사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미국 최대 스트리밍 하드웨어업체 로쿠,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등이 이 은행을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 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약 232조원)로 미국 내 16위 규모 은행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총 자산 3070억달러·약 406조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짚었다.
 

 

 

FT에 따르면 SVB의 기업가치는 18개월 전만 해도 440억달러(약 58조원)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정부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이 은행도 호황을 누렸다. 기술 관련 스타트업과 가상화폐 등 가치가 뛰면서 예금도 급증했다. 운용 자금이 풍부해지자 SVB는 2021년 '제로(0)' 금리 수준의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돈 줄이 말랐고 SVB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SVB는 보유했던 국채와 모기지증권 등 80%를 팔아치웠다. 국채를 매입했던 때는 은행 예금이 넘쳐나던 호황기였지만 이후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채권가격은 하락) 세후 18억달러(2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났다.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데도 채권을 매각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매도 가능한 증권을 처분하고도 자금이 부족해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SVB의 이같은 행보는 재무건전성 우려를 낳았고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 기업들과 벤처자본가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로 이어졌다. 증시에선 SVB의 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60% 급락하는 대혼란이 펼쳐졌다. SVB 채권가격도 선순위 액면가 1달러당 45센트, 후순위의 경우 1달러당 12.5센트로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