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박기준 기자 |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이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성역도시'(불법체류자 보호도시)를 표방하는 북부 대도시들로 대거 이송된 가운데, 이번에는 새 학기를 맞아 이들 자녀의 취학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불법입국자의 자녀들이 등교를 거부당하거나, 학교 측으로부터 학업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22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시카고 경찰서를 임시 거처 삼아 생활하고 있는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자녀 10여 명이 시카고 공립학교 개학일인 전날 학교 측으로부터 등교를 거부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당국이 해명에 나섰다.
시카고 3지구 경찰서에서 생활하는 베네수엘라인 조니 세스페데스는 통역 자원봉사자에게 "아들 해슬러(9)와 딸 해슬리(6)가 부푼 기대를 안고 경찰서 인근 에멧 틸 초등학교로 향했으나 입실이 거부됐다"며 "학교에 스페인어 구사자가 충분치 않아 제대로 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우리가 이곳으로 온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아이들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경찰서에 사는 두 명의 고등학생은 이날 인근 에밀 허쉬 고등학교에 등교는 했으나 언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며 "학교 측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교사들이 도움을 줄 거라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구글 번역기에 의존해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시카고 교육청(CPS) 자료를 인용, 틸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인구가 흑인 96%·히스패닉계 3%로 구성돼 있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별도 수업은 없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 브릿 호지든은 "충치·영양실조 등을 안고 이곳에 온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더해 교육받을 기회마저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PS는 성명을 내고 "틸 초등학교의 경우 일부 학생이 학교가 제공한 최신 등록 서류가 아닌 오래전 양식을 갖고 와서 입학 절차가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학교장이 학생 정보를 직접 얻기 위해 학부모들과 만나려 했으나 이들이 금새 떠나버렸다"며 "등록을 원하는 학생들의 이름·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을 확보하고 스페인어로 된 등록 서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허쉬 고교의 경우 영어 초보자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해당 학생들은 당장 이번 주부터 수업을 듣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CPS는 "이번 학기에 영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서 지난 1년새 시카고로 이송돼 임시 거주지 또는 경찰서에서 생활하고 있는 불법입국자 자녀 1천 명이 개학에 앞서 등록을 마쳤고 신학기 초반, 또 다른 1천 명이 추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경찰서에 머무는 취학 연령 아동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며 "서류미비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통합된 등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아동을 등교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호지든은 "시 당국은 여태껏 경찰서에 머무는 아동들을 입학시키기 위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원봉사자 교육도 없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입학 서류들을 직접 찾아 인쇄하는 등 문제를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1년새 남부 국경지대에서 시카고로 이송된 불법입국자 1만3천여 명 가운데 대다수가 베네수엘라 출신"이라면서 UN 난민기구 자료를 인용,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위기로 인해 700만 명 이상이 난민·이주민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중앙아메리카에 재정착했으나 50만 명 이상이 불법 입국했다"고 부연했다.
CPS는 영어 초보 학생 급증에 대응, 2023-2024 이중언어 교육 예산을 1천500만 달러(약 200억 원) 증액했다며 "작년 신학기부터 추가 채용한 이중언어 교사들의 급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시 생활 상태에 놓인 학생들을 최우선시하겠다"며 "건강 문제·예방접종·학교기록·후견인 증명서·거주 증명서 등 입학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갖추지 않았어도 즉시 등록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료 급식 서비스 센터에서 이들을 만난 시카고 주민 마이크 잭슨(55)은 "내가 길에서 먹고 자던 노숙자였을 때, 시 당국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불법 입국자들을 돌보는 것에 반대는 하지 않지만, 그에 앞서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우선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