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박기준 기자 | 미국을 덮친 '북극 한파'와 폭설에 갈 길 바쁜 미국 의회도 직격탄을 맞았다.
연방정부의 임시예산 1차 시한 만료를 사흘 앞둔 16일 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임시예산안 등 계류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마틴 루서 킹 기념일(15일) 연휴에 이어진 폭설과 한파에 전국적으로 수천편의 항공편이 결항하고,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교통이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한 탓이다.
국내선 항공편이 주로 오가는 워싱턴DC 인근의 로널드레이건공항도 전날부터 한파와 폭설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톰 에머 원내수석부대표 의원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악천후로 하원 본회의가 어렵다고 의원들에게 고지했다"고 밝혔다.
하원은 일단 17일 오후 1시 30분으로 본회의를 연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에 대한 의회모독 결의안에 대한 절차 투표를 비롯해 계류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하원 의사일정의 지체로 연방 정부 임시예산 처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며 "오늘을 넘겨도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출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미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를 중심으로 임시예산 처리를 놓고 비판이 비등한 상황이다.
앞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만기가 도래하는 연방정부 임시예산을 각각 오는 3월 1일과 9일까지 2단계로 다시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의회는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해 9월 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진통 끝에 연방정부 부처에 따라 오는 19일 또는 내달 2일까지 2단계로 시한을 나눠 임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도록 했다.
의회가 제때 임시예산 처리에 이르지 못하면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양당은 지난 7일에는 상한액을 1조5천900억달러로 설정한 2024 회계연도 12개 세출 예산법에도 합의했지만, 공화당 강경파 사이에서는 이를 놓고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산 논의가 장기간 헛바퀴만 돌자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의회 양당 지도부와 만나 긴급 안보 예산을 포함한 연방 정부 예산 문제를 논의한다.
회동에는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긴급 안보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공화당 일각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안보 예산의 획기적 증액을 요구하며 예산안심의를 막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고갈을 여러 차례 경고하며 의회에 조속한 예산 처리를 압박해 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회동에서는 국가 안보 예산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 의회에서는 국경 문제를 포함해 안보 예산 협의가 진행중이며 논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