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Earth day 2017'에서 강연하는 하킴 올루세이
- 하킴 올루세이 조지메이슨대 교수 '퀀텀 라이프'
운명이 이미 결정된 채로 별에 새겨져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는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내 운명은 오른쪽 또는 왼쪽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었다."
미국 남부 빈민가에서 태어나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한 환경에서 자랐고 우여곡절 끝에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흑인 천체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55)는 최근 번역 출간된 에세이 '퀀텀 라이프'(까치)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스탠퍼드대 졸업 후 플로리다 공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를 거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 임무국에서 우주과학 교육 관리자로 일했다. 현재 미국 조지메이슨대 물리학 및 천문학과 초빙교수, 미국 흑인물리학자학회(NSBP)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책에는 과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 덕분에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을 찾는 여정을 이어나간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영재와 문제아,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대학원생과 길거리 마약 중독자 등 여러 정체성을 넘나드는 과정을 통해 절망 대신 희망과 꿈을 찾아낸다.
그는 어릴 적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가전제품들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보내주는 '월간 북클럽'에 가입해 소설과 자연, 동물, 고대 관련 책들을 읽었고, 빈민가의 마약 중독자들과 갱들을 피해 22권짜리 '월드 북 백과사전'을 탐독했다.
그러나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 교내 운동장에서 "깜둥이들한테 공을 뺏기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스피드 레이서가 되겠다'는 말에 한 백인 여자아이가 "넌 될 수 없어. 흑인이니까"라고 응수해 충격을 받기도 한다. 이른바 '인종 가르기'를 심심찮게 경험한 것이다.
지능지수(IQ) 162인 저자는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뒤 주립 과학전람회에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출품해 대상을 받는다.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튜바 연주자로서 고등학교 악단의 리더를 맡고, 거의 백인만으로 구성된 주립 고등학교 악단에도 합격한다.
하지만 그는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파는 문제아이기도 했다. 중학생 시절에는 거의 매일 대마초를 피웠고, 주말 밤마다 동네 술집을 드나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들이 수업 중 잘못 말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 행동으로 교실 밖으로 쫓겨나거나 야단을 맞기도 했다.
핵 엔지니어 제안을 받고 해군에 입대했다가 피부염 때문에 갑자기 제대한 저자는 인생의 항로를 재설정하고 흑인 대학 투갈루대에 입학한다. 하지만 학교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마초에 빠지는 등 2년 만에 자퇴한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투갈루대에 재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한다.
저자는 백인이 가득한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도 넘긴다. 지도교수 아서 워커의 조언으로 중독 재활치료를 받으며 마약을 끊고, 대학원 시절에는 학부 물리학 수업을 듣는 굴욕까지 감수하면서 학업에 매진한다. 그 결과 저명한 태양 물리학자인 워커 교수 밑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박사 과정도 졸업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양자역학 용어 '양자 터널링'에 비유한다. 거시 세계에서는 결코 통과할 수 없는 벽을 미시 세계에서의 입자가 뚫는 현상을 말한다. 새로운 벽을 마주해서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튕겨 나가면서도 결국 벽을 통과하는 데 성공하는 진동 패턴과 같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꿈을 꾸는 한 한계는 없다. 수천억 조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매우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유한하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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