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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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D-1]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서 바이든·오바마 뭉쳤다

민주당 후보 첫 합동지원 유세...남가주 한인들 우편투표 최다
서쪽선 공화당 '맞불 유세'…트럼프 연설에 수백 명 "제발 돌아와요"

 

KoreaTV.Radio Steven Choi 기자 |   지난 5일 템플대학 리아쿠라스 경기장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함께 입장하자 민주당 지지자 수천 명이 일제히 환호하며 일어섰다.

 

한때 백악관에서 넘버 원(대통령)과 넘버 투(부통령)로 한솥밥을 먹은 전·현직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지원을 위해 동시에 '출동'한 것이다.

미국 의회 권력의 판도를 결정할 오는 8일 중간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가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수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대표적인 경합주(州)로 승패를 결정짓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곳에선 연방 상원 의원 자리를 두고 민주당 존 페터만 부지사가 TV 출연으로 유명해진 의사 출신의 공화당 메메트 오즈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민주당 후보에 대해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당신의 표가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의 표가 스크랜턴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당신은 카멀라 해리스를 첫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미국의 힘은 당신의 손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자 주지사에 도전한 조시 샤피로 주법무장관과 페터만 부지사가 연이어 나와 지지를 호소했다.

피날레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후끈 달아올랐고, 군중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 6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민주당의 '아이돌 정치인'임을 실감케 했다.

 

앞서 행사 초반 사회자가 샤피로, 페터만, 오바마, 바이든 순으로 이름을 부를 때도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환호가 압도적으로 커 바이든 대통령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고 민주주의를 보살피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투표소에 나타나기만 한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가 연설을 마치자 기다리던 바이든 대통령과 두 후보가 다시 무대로 나왔고 전·현직 대통령이 서로 껴안으며 격려하고 승리를 다짐했다. 관중은 '투표', '미국', '강한 노조' 등 팻말을 흔들며 춤추고 환호했다.

 

 

비슷한 시간 펜실베이니아주의 2대 도시인 피츠버그 남동쪽 라트롭의 공항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집결해 맞불 유세에 나섰다.

페터만에 맞선 메메트 오즈 후보와, 샤피로와 대결하는 더그 매스트리아노 주의회 상원 의원 후보의 유세였지만 언론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쏠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적은 빨간 모자와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려 공항 활주로 바로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올랐다. 마치 대통령 재임 기간의 모습을 연출한 듯했다.

 

로이터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우리나라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아메리칸드림을 구하려면 오는 화요일 꼭 압도적으로 공화당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선거 후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는 "우리는 그 아름다운 하우스(house)를 되찾을 것"이라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자신의 백악관 재입성이 목표임을 내비쳤다.

 

유세장에는 트럼프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 환호했고 공화당 후보들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57세 금속노동자인 놈 볼프씨는 AFP에 "가격이 말도 안 된다. 민주당이 집권하고 모든 게 비싸진 거 같다"며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연설을 들으려고 4시간을 운전해 행사장에 왔다는 자닌씨는 "트럼프가 제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그는 미국이 상징하는 것, 그리고 미국의 원래 모습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단순히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내다보는 경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