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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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때아닌 '커피믹스 열풍'

생환 광부서 "커피믹스 먹고 9일째 버텨"
“기적을 마시는 느낌” 일반인 매출 급등

KoreaTV.Radio 리디아 정 기자 |  막대형 봉지에 커피·크림·설탕이 들어간 제품인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 봉화 광산 갱도 붕괴 사고에서 생환한 작업자들이 커피믹스를 마시며 버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일회용 제품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던 커피믹스가 인명을 구한 ‘기적의 음료’가 된 것이다. 구조된 작업 조장 박정하(62)씨는 생환한 이후에도 병원에서 커피믹스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커피믹스 관련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직장인 이윤덕(33)씨는 7일 오전 출근 전에 커피믹스를 마셨다. 이씨는 “평소엔 원두커피를 내려 마셨지만 이번 주는 커피믹스로 시작할 계획이다”라며 “작업자 분들이 커피믹스를 마시고 생존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침에 기적을 마시는 느낌”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일 작업 조장 박정하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갱도 붕괴 사고 발생 9일만에 구조됐다. 지난달 26일 봉화군의 한 아연광산 내 갱도가 무너지면서 박씨 등은 221시간동안 칠흑 속에서 고립됐다. 구조 이후 박씨 등이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고 지하수를 마시면서 버텼다”고 하자, 커피믹스가 새로운 ‘비상식량’으로 관심을 받게된 것이다.

 

온라인 카페인 ‘송도국제도시맘’에선 지난 5일 한 회원이 ‘오늘 커피믹스 한잔씩 어떠냐’는 글에서 “(작업자들 생환 소식을 듣고)오늘 기분좋아 커피믹스 한잔 마셨다”고 했다. 이 글을 본 다른 회원들은 “마트가서 커피 믹스좀 사오려고 한다” “저도 기뻐서 한잔 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같은 날 또다른 카페인 ‘스마트컨슈머를사랑하는사람들’에선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사람인데 커피믹스 한잔 마셔야겠다”는 글이 올라왔고, 회원들은 “(작업자들이)커피믹스 광고 모델을 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커피믹스는 칼로리가 높고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등산객들이 음료이자 비상식량으로 애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 포당 40~50kcal인 커피믹스는 나트륨과 탄수화물, 당류, 지방 등이 포함돼 극한 상황에서 체온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 포당 10g 정도로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한 장점도 있다. 지난 2017년 8월 부산에선 경찰관들이 저혈당 환자에게 커피믹스 가루를 먹여 인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봉화 광산에서 구조된 작업자들의 주치의인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작업자들이) 커피믹스를 식사 대용으로 드셨는데 그게 (생존에)상당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인 작업 조장 박정하씨도 고립 당시 마셨던 브랜드의 커피믹스를 여전히 마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아들은 7일 본지 통화에서 “아버지께서 지금도 같은 커피믹스를 드시고 계신다”면서 “특별한 기억이 있는 음료라 그런지 ‘마실 때마다 맛이 좋다’고 하신다”고 했다.

해당 브랜드 A사 관계자는 “작업자 분들의 생존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지금은 작업자 분들의 생환을 기뻐하고 빠른 쾌유를 기원해야할 시점인만큼, 관련 마케팅을 언급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