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이준 기자 | 파산을 선언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추가 부실 의혹이 터져 나왔다. 숨겨진 부채 규모는 80억 달러를 넘어선다. 앞서 FTX가 파산 신청을 위해 법원에 신고했던 부채 규모의 6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동성 수혈이 긴급한 상황에서 추가 부실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면서 FTX발 파산 쇼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FTX의 코인 거래 플랫폼 FTX 인터내셔널의 재무제표상 '숨겨지고 내부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항목으로 80억달러(약 10조552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1일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134개 계열사의 파산보호를 신청할 당시 신고한 부채액인 500억달러(약 66조원)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주말 사이 패닉셀에 따른 코인런으로 인출된 자산 규모는 50억달러(약 6조5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절차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가 부실이 터져 나오면서 FTX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FTX에 거액이 물린 기관과 개인 투자자 역시 한 푼도 건지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FTX가 밝힌 현금성자산은 현재 9억달러에 불과하다.
향후 진행될 회생절차도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23페이지 분량의 파산보호 신청 서류에 '신청 배경, 즉시 필요한 사법적 도움, 회사의 달성 목표' 등 통상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 때 청산인으로 활동한 존 J. 레이가 FTX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파산 절차를 맡는다. 레이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FTX의 파산 신청 관련 회사의 세부사항을 곧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회생절차와 별도로 규제 당국은 경영진의 부실 인지 등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바하마에 머무는 FTX의 창업자인 전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파산 신청을 한 다음 날인 12일 바하마 규제 당국에서 조사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 탕감을 위해 FTX거래소에 예치된 이용자의 돈 약 100억달러를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유용한 사실을 일부 임원들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어 법무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SEC는 민사고발권을 법무부는 형사고발권을 각각 가지고 있다. 법무부의 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상 고발도 가능해졌다.
최근 발생한 '미승인 자산 유출'도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FTX는 파산 신청 후 FTX 소유의 핫월렛(인터넷상에 연결된 가상화폐 지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승인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10억달러 이상의 고객 자산이 사라졌다.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뒤 회사 측은 모든 자산을 동결했다. FTX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해킹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중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내부 경영진의 소행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FTX의 몰락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FTX에서 코인런(대량 코인 인출 사태)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5일 1조576억달러였던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일주일 여 만인 이날 22% 급감하며 8235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2만1282달러에서 13일 오후 5시15분 기준 1만6389달러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