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라스베이거스 |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1위 사업자인 SK시그넷이 ㎿(메가와트) 단위의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내놓는다. ㎾(킬로와트) 단위인 현 초급속 충전기보다 훨씬 충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승용차가 아닌 트럭 등 대용량의 충전도 가능해진다. SK시그넷은 공급 물량도 올해부터 두 배로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매출 성장 속도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 테크데이에서 “내년 상반기쯤 ‘메가와트 차징 시스템(MCS·메가와트 충전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초급속·급속·완속으로 구분되며 초급속은 300~350㎾, 급속은 50~200㎾, 완속은 3~7㎾다. SK시그넷은 현재 가장 빠른 350㎾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 중인데, 이를 ㎿ 단위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SK시그넷 충전기로는 1분 충전으로 최대 32㎞를 이동할 수 있고, 18분 충전하면 배터리의 최대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없이 이동할 수 있다.
SK시그넷은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MC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350㎾급 초급속 충전기가 지금은 적정 기술이지만, 시장은 2~3년 뒤엔 더욱 빠른 속도를 원할 것”이라며 “고객사마다 ㎿급 충전기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지만, 저희는 MCS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앞서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급 초급속 충전기는 승용차보다 많은 양을 빠르게 충전해야 하는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급 초급속 충전기가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있다. 신 대표는 “㎿급 초급속 충전기는 ㎾급보다 케이블이 더 커져야 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차량과 충전기 시설, 충전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충전기가 만들어져야 그에 맞는 차를 만들겠다는 제조사도 있다”고 전했다.
SK시그넷은 최근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도 빠르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전남 영광에서 연 1만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5월부터는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이번 CES 2023에 출품한 신제품 ‘V2′ 1만기를 추가로 생산한다. 생산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V2는 충전 전원 장치인 파워 모듈의 효율 개선을 통해 이전 제품 대비 안정적이고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SK온과 함께 개발한 배터리 진단 서비스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충전과 동시에 내 차량의 배터리 상태 점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생산이 시작되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수익성도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75억달러(약 9조5300억원) 규모의 ‘내셔널 EV 인프라(NEVI)’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는데, 150㎾급 이상의 충전기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신 대표는 “지금 초급속 충전기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며 “미국에 이어 한국도 증설 계획을 갖고 있어 지속적으로 볼륨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