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이준 기자 | 지난 10일 폐쇄한 미국 스타트업 및 IT 기업 특화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를 사실상 연방준비제도가 구제하기로 했다. 연준은 12일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지지하고 SVB와 같은 일이 더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VB에 긴급 대출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미 재무부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예금자들의 (인출) 수요를 은행들이 보장할 수 있도록 연준이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하겠다. 연준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유동성 압박에도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SVB는 막대한 예금으로 사둔 장기 국채 등의 가격이 금리 상승으로 급락하면서 손실을 보았고, 이후 예금자들이 앞다퉈 예금 인출을 신청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10일 사실상 파산했다. 미국은 25만달러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는데 SVB에 예금한 돈의 95%는 이 금액을 넘어가, 이 은행의 주 소비자인 스타트업 등으로 위험이 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했다.
연준의 이날 발표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뛰어넘는 돈까지 연준이 일단 지급한다는 뜻이다. 예금자가 불안을 느끼고 다른 은행에서 추가적인 뱅크런(예금자들이 앞다퉈 은행에서 돈을 빼는 것)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대처로 보인다. 연준은 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 주택저당증권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을 담보로 최장 1년까지 자금을 빌려준다는 계획이다. 연준은 “금융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이런 자산을 (불리한 가격에) 파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연준과 재무부는 긴급 자금 지원 조치와 함께 뉴욕의 가상자산 기업 특화 은행인 시그니처뱅크의 폐쇄도 발표했다. 이 은행의 예금자 보호 초과 예금도 연준이 SVB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
미 금융당국은 아울러 SVB를 매수할 은행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는데, 나서는 은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SVB 매수 의사를 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SVB에 대한 자금 지원이 안전한 담보를 기반으로 한 대출이며 미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실패한 은행’을 정부가 지원해 살리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미 공화당 니키 헤일리 전 남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납세자들이 SVB를 구제해서는 안된다. 민간의 투자자들이 은행과 그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적합하지, 실패한 은행을 납세자가 책임지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