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거의 대부분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을 썼던 종전 태도와는 달라진 것이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 또는 확전 선포 등과 같은 '폭탄 선언'은 없었으나, 조만간 전면전 또는 대대적 공세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도 러시아는 마치 예고편인 것처럼,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자폭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푸틴, 추가 동원령 발동 수순?... "징집 절차 개시"
CNN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약 10분간 연설을 통해 "오늘날 문명은 다시 결정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전승절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상대로 거둔 옛 소련(현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매년 5월 9일 열린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공식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한 차례 '전쟁'을 입에 올리긴 했지만, 이번엔 '진짜 전쟁(real war)'이라고 표현 수위를 높였다. 게다가 정권의 정통성과 군사력 과시의 기회로 삼아 왔던 전승절 행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건 예사롭지 않다. 기존의 '작전'을 넘어 '전쟁'을 선포하면 계엄령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가 동원령 발동의 수순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선 러시아인 징집 절차가 개시됐다고 CNN은 전했다.
러, 전승절 앞두고 60여 대 자폭 드론... 미사일 공습도
전승절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로이터통신·BBC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8일 "러시아가 약 60대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를 활용해 (작년 2월)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중 36대를 키이우 상공에서 격추했고, 떨어진 잔해로 인해 5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샤헤드는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반적인 공격용 드론과 달리, 직접 목표물에 충돌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무인기다. 이른바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린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10개 주(州)에도 미사일 공습 경보가 하루 종일 울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를 비롯해 수미,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헤르손, 자포리자, 오데사, 드니프로, 루한스크, 도네츠크가 공격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박격포와 탱크,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드론 등을 동원해 127곳을 타격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도 구호품을 보관하던 국제적십자사 창고 건물이 미사일 8발 공격으로 불에 타면서 1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