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김재권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데 이어 운반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9월분 밀 선물가격이 하루새 11% 넘게 뛰어오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곡물시장의 장기혼란과 그에 따른 식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9월 인도분)은 장중 전날대비 11.4%까지 상승한 1부셀당(약 27.22kg) 7.43달러까지 급등했다. 하루 가격상승률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가장 컸다. 옥수수 가격도 이틀 연속 올라 지난 18일에 5.63%, 19일엔 3%이상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곡물가격은 지난 17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선언이후 상승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가 19일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자정(한국시간 20일 오전 6시)부터 우크라이나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용 물자를 실은 선박으로 간주하며 해당 선박의 국적국도 우크라이나 분쟁의 당사자로 보겠다”고 선언하며 곡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백악관은 흑해에서 운항 중인 곡물운반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담 호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접근로에 해저지뢰를 설치했다”며 “이것은 흑해에서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이틀간 우크라이나 최대항구인 오데사의 시설을 연달아 공격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오데사 항구는 우크라이나 수출의 70%가량을 책임지는 주요시설이다. 러시아측은 “오데사 항구 인근의 군사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고의로 곡물거래 인프라는 집중 공격했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으로 수출 대기 중인 곡물 6만t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오데사 항구를 공격하고 곡물 수출항로까지 막는 데는 자국에 대한 수출 제재를 풀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내각회의에서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농업 분야와 관련된 러시아 자산의 동결도 해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흑해곡물협정을 지렛대로 활용해 러시아의 곡물수출과 해외 금융거래 제제를 풀어달라는 취지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겐 어떤 약속이나 제안이 아니라 그것의 이행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조건들이 이행되면 러시아는 곧바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을 막으면서 자국의 곡물수출을 허용해 줄 경우 아프리카 등 빈곤국에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전쟁 전 양국은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식량 공급국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터키에 위치한 수출조정센터를 거쳐 전세계에 출하돼 왔다. 러시아의 협정종료와 공격위협 탓에 18일부터 흑해 곡물운반선은 보험가입까지 거부되면서 향후 곡물시장은 대량 공급부족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 러시아 제재를 쉽게 풀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