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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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후티 반군 첫 공격…이란은 미국 유조선 나포

홍해·호르무즈 해협 전운 고조
가자 전쟁 여파 중동 전체 확산

SiliconValley KoreaTV.Radio 데이빗 서 기자 |

미국과 영국이 가자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항해의 안전을 위협해온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했다. 이란은 이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오만만으로 빠져나온 마셜제도 선적의 석유 운반선을 나포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와 중동 원유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길목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함께 위협받는 등 가자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어 “오늘 나의 지시로 미국과 영국군이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네덜란드 등의 지원을 받아 후티 반군의 여러 표적을 상대로 성공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공격을 통해 미국과 동반국들은 자국민들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지 않고 적의를 가진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 가운데 하나인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영국 공군이 이날 공격을 감행해 후티 반군의 공격력을 저하시켰다”면서 “세계의 해운을 지키기 위해 한정적이고 필요하며 적절한 자위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앞서 “후티 반군은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카데르 모르타다도 11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오늘 새벽 예멘 수도 사나를 비롯해 호데이다·사다·드하마르 등의 도시에서 미·영·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과 미 시엔엔(CNN) 등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성명이 나오기에 앞서 미·영 연합군이 후티 반군의 드론·미사일 보관발사장, 레이더 시스템 등 최소 12개의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는 사실을 긴급 속보로 전했다.

 

이날 공습은 지난해 말부터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해온 후티 반군을 상대로 미국이 가한 첫 번째 반격이다. 후티 반군은 10월7일 가자 전쟁이 시작된 뒤 팔레스타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19일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선박 ‘갤럭시 리더’호에 첫 공격을 시작한 뒤 지금껏 총 27번째 공격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후티 반군의 최고 지도자 압둘 말리크 후티는 공습이 이뤄지기 전 공개한 동영상 성명에서 “미국의 침략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을 공격하고 우리 해군을 목표로 삼으려는 자는 누구든지 자국 상선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 주장했다. 예멘 서부 해안 도시 호데이다 주민 세 명은 로이터에 “11일 새벽 이후 군용 트럭이 배열되는 등 도시가 경계 태세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수낵 총리가 이날 공습에 앞서 미국과 함께 후티 반군을 공격할 것이란 내용을 내각에 사전 브리핑했다면서, 이 공습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번 공습을 널리 알린 결정은 확전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중동 전역으로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해군은 이날 “오만만에서 미국의 원유 운송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된 원유 운송선은 마셜제도 선적의 ’세인트 니콜라스’로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튀르키예로 향해 가던 중이었다. 이란 해군은 이 석유 운송선을 나포한 이유로 이들이 앞서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 배가 지난해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이란산 원유를 중국에 수출하려다 싣고 있던 기름을 미국에 압수당한 바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의 주요 운송로로 전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이 항로를 통해 이동한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어 이란이 승무원들을 즉각 해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