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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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 연기

마은혁 후보 임명보류 논란 속 권한쟁의 선고 2시간 전 연기
최상목 변론재개 요청 수용해...헌재 10일 권한쟁의 변론 재개

KoreaTV.Radio 김재권 기자 | 헌법재판소가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행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를 돌연 연기했다.

이를 두고 최근 헌재가 유독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관한 사안에만 속도를 낸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엇갈려 나왔다.

이날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의 임명 보류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환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심판의 선고는 기일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무기한 연기했다. 선고를 약 2시간 앞둔 상황에서 전격 연기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행위라는 평가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평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선고 여부에 대한 결정이 안 나왔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최 권한대행 측이 요청한 변론 재개 요청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다 검토 중”이라고 연기 가능성을 예고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은 최근 ‘졸속 심리’ 논란에 휩싸인 헌재가 최 권한대행 측의 변론 재개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최 권한대행 측은 지난달 24일 변론 재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또 최 권한대행 측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선고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최 권한대행 측에 여야가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재판관 추천 공문 관련 사실관계를 서면으로 정리해 당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최 권한대행 측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를 제출하지 않고 다시 변론 재개 신청서를 냈고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기획재정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기획재정부]

 

최 권한대행 측의 사실관계 서면 제출 없이 선고를 하게 될 경우 후폭풍이 우려돼 헌재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예정대로 이날 선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실관계 파악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 간 대립이 결국 선고 연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해야 헌재가 탄핵심판을 개시하듯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려면 권한쟁의심판 청구안을 의결해야 한다”며 “다시 본회의를 열어 청구안을 의결한다 해도 이런 중대한 부분에 흠결이 있는데 이 하자가 보완됐다고 봐야 할지도 큰 쟁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권한쟁의 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거듭 지적하는 동시에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의결 절차를 생략하고 독단적으로 국회를 참칭한 이번 건은 당연히 각하시켜야 마땅하다”며 “9건의 탄핵소추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정족수 권한쟁의 심판을 놔두고, 마 후보자 임명 관련에만 유독 속도를 내는 것은 의도와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선고 연기 직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한 달 만에 졸속으로 진행된 절차적 흠결을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인정한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천재현 헌재 공보관이 이날 “헌법소원이 만약 인용됐는데 최 권한대행이 결정 취지를 따르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공보관이 무슨 민주적 정당성이 있어 결론을 예단한단 말인가. 민주당의 편을 들어준 아주 편향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최 대행의 범죄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최 권한대행이)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경고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수백억 원대 출연금 납부를 강요한 혐의를 받았으나 기소당하지 않았는데 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야당은 만약 최 권한대행이 헌재의 인용 결정에도 끝까지 임명을 거부할 경우 탄핵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는 오는 10일 오후 최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변론재개의 구체적 사유도 이날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