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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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 역풍?…미국 경제 ‘R의 공포’ 확산

트럼프 “과도기 필요” 발언
관세 강행 불확실성 불질러

나스닥 하루 만에 4% 급락
30개월래 최대 낙폭 기록

KoreaTV.Radio 김재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행한 관세정책 등으로 미국 경제에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주식 시장이 2년6개월여 만에 최대치로 폭락하는 등 ‘R(경기침체)의 공포’가 본격화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7.90포인트(-4.00%) 급락한 1만7468.32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률은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2년 9월13일(-5.16%) 이후 최대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64포인트(-2.70%) 떨어진 5614.56에 거래를 마쳤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890.01포인트(-2.08%) 하락했다.

사진=UPI연합뉴스 

 

하루 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는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경기침체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주가 폭락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역대급 활황세를 이어가던 미국 주식 시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무차별적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상승세가 꺾인 상태로 이날 폭락을 통해 주식 시장 전반에 장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날 대규모 하락으로 미국 주식 시장 시가총액은 지난달 고점 대비 4조달러(약 5832조원)나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비축 지시에도 하락세를 지속하던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미 동부 시간 낮 12시25분 기준 4.51% 내려 1개당 7만9721달러(1억1615만원)로 8만달러선이 다시 무너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만든 후폭풍을 진화하는 데에 급급한 모습이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날 증시 급락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주식 시장의 동물적인 감각과 우리가 업계 및 업계 리더들로부터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바 사이에는 강한 차이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에 있어 후자가 확실히 전자에 비해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등은 장기적 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으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해 주가 폭락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산업계 리더들은 미국 우선주의 경제 공약인 관세, 규제 완화와 미국산 에너지의 해방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 수천개를 창출할 수조달러의 투자 약속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가 쉽게 잦아들어지지 않으며 급기야 기업들의 불만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서 미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예측가능한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석유기업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극단적 정책을 다른 쪽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대표들은 회의에 앞서 9일 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가진 비공개 만찬에서도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증시 폭락과 경기침체 우려 확산은 한국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2.79포인트(1.28%) 내린 2537.60으로 집계됐다. 한때 낙폭이 약 2.5%에 이르며 2500선을 위협받기도 했으나 장중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32포인트(0.60%) 내린 721.50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