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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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즘 마켓이 이상하다...진열대 군데군데 '텅'

생필품 대란 또 오려나 우려...고기, 해산물, 계란, 세제 부족

Costco에도 물량 줄어든 계란 박스...크림치즈는 진열대 놓자마자 동나

오미크론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요즘 미국 마켓의 생필품 부족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기나 해산물 등의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도 손쉽게 집어들기 힘들 만큼 인상됐고, 계란과 우유, 치즈 등도 진열대 물량이 줄어든 모습이다.

한국 마켓들에서 한 단에 $1.99 하던 대파 가격이 요즘들어 $3.99로 두 배 인상된 것을 보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고기값은 놀랄 정도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꼬리는 여닐곱 개 정도 덩어리가 들어있는 한 팩에 $25도 비싸다 싶었는데 요즘은 배를 넘는 $60 가까이 올랐다.

화장실 휴지 가격도 25개, 30개 들이 한 팩에 코비드19 직전보다 $10 가까이 오른 $25, $27씩의 가격표를 붙이고 있음에 놀라면서도 그나마 대형마켓이 저렴하다는 생각에 제한 수량에 따라 가족이 1팩 씩 집어든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공급망과 코비드19으로 인한 노동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지난 연말부터 발표했다.

오레오 쿠키, 리츠 크래커, 사워 패치 키즈 등 제과업체들도 2022 년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며 오레오 쿠키 Mondelez의 CEO 인 Dirk Van de Put은 최근 CNBC에 연초 7 %의 가격 인상으로 시작할 것을 전했다.

Costco의 스물 네 개 들이 올개닉 달걀팩은 아직도 $7.99로 항상 인기 품목이다. 올개닉이 아닌 free range 달걀 one dozen에 $8씩 판매하는 Farmers Market과 비교해도 반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상 two dozen eggs 팩으로 가득 채워진 대형 박스들이 가로 세로로 몇 개씩 진열되어 있던 예전에 비해 새해 들어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물량으로 달걀 진열대를 허전하게 만들고 있다. 오후 서너시에 들르면 이미 달걀팩 대형 박스는 한,두 개 밖에 남아있지 않는 풍경이다.

Costco에서의 또 하나의 진풍경은 '크림치즈'가 만들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크림치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연말 파티에서 치즈 케이크 등 크림치즈의 수요가 폭증한 게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연초가 되어서도 크림치즈의 공급 부족 현상은 풀리지 않고 있다.

10개 들이 고형 치즈를 한 팩으로 판매하고 있는 Costco의 크림치즈는 작년까지만 해도 냉장고의 고정 진열대에 풍족하게 쌓여 있어, 원하면 언제든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이번 달까지 주말에만 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림치즈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물량도 줄어들었지만, 진열해 놓기가 바쁘게 소비자들이 얼마나 빠르고 많이 구입해 가는지, 크림치즈 섹션 직원이 놀랄 정도이다.

일반 마켓들도 물량이 줄어든 현상은 마찬가지다. 세제, 샴푸 등의 진열대에도 드문드문 빈 공간이 많다. 한 주만 지나도 물량부족현상이 눈에 띄게 늘다보니, 소비자들은 한 번 장을 볼 때 보다 많은 양을 구매하게 된다. 구인난으로 계산대의 직원 수는 줄어들었는데 장바구니는 가득 채우다 보니 소비자들의 줄 대기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코비드19 감염자 증가로 물건을 만들 사람도, 운반할 사람도, 일할 사람도 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해 미국이 코비드19 팬데믹 초창기나 지난 겨울과 달리 Lockdown을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오미크론 등장 이후 감염자들이 늘어나면서 최소 5일간 자가격리를 요구받고 있다.

또한 인력난으로 인해 여기저기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직장을 찾아 힘든 일을 해야하는 직장에서 이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일손 부족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미국 내의 일손 부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인력난이 심각한 미국 제조업체에서는 각종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부족한 일손을 충원하고 있는 세태다.

임원이 직접 물건을 배달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며, 고교생들까지 뽑아 부족한 일손을 메꾸고 있다.

열관리 솔루션 업체인 '모딘매뉴팩처링(Modine Manufacturing)'은 버지니아주 '부에나 비스타'에 있는 공장에서 일손이 달리자, 남서쪽으로 550마일(약 885㎞) 떨어진 테네시주 로렌스버그 공장의 여유 인력 30명가량을 버스로 8시간 수송해 호텔에 숙박하면서 '부에나 비스타' 공장에서 일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맞춤형 트레일러 제조회사인 '리치 스페셜티 트레일러(rich specialty trailers)'는 최근 물품을 옮겨줄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가 어려워 자사 직원들을 시켜 수송하게 했다.

이 외에도,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는 부모들이나 빡빡한 근무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대학생 직원들을 위해 유연근무를 실시하는 직장들도 늘고 있다.

인력을 끌어모으기 초봉을 20% 이상 인상하거나, 지역 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축제 음악행사를 후원하는 등, 미국은 업체마다 직원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비드19 확산이 바꿔놓은 것은 인력난이나 물가 뿐만이 아니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2월 사이 미국 신생아 수는 평년 수준보다 6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인 필립 레빈 웨슬리대학 경제학 교수는 "불안은 임신을 저해한다"며 "사람들은 안전할 때 아기를 낳고 싶어하지, 상황이 나쁠 때는 아기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비드19으로 인한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임금은 계속 오르고 텅 빈 마켓의 진열대는 더욱 늘어갈 것이다. 마켓의 빈 공간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