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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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내려꽂힌 말 머리"..'태종이방원' 동물학대 의혹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의혹에 휩싸였다. 극중 낙마 장면에서 말이 넘어지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며 동물권 보호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동물자유연대는 19일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강제로 넘어지고 쓰러지는 말, 그들의 안전과 복지가 위태롭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태종 이방원’ 측이 촬영 도중 말에게 학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를 통해 “해당 방송에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한다”면서 촬영에 동원된 말의 현재 상태와 해당 장면이 담긴 원본 영상 공개를 촉구했다.

연대 측이 지적한 장면은 7화에 나온다. 주인공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던 중 낙마하는 장면인데, 말 몸체가 90도로 들리면서 앞발을 쭉 편 채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재빨리 지나간다. 이 때 쓰러지는 말의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연대는 이 장면에 대해 말의 발목을 낚시줄로 휘감아 채는 등의 방법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대는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연출은 동물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며 “뿐만 아니라 동물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으로 인해 액션을 담당하는 배우 역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할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동물 배우’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는 동물이 등장해야 할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 사용으로 대체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여전히 실제 동물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라면서 “KBS 윤리 강령에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을 마련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방송을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동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내 윤리 강령에 동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물을 도구화하는 대신 CG, 더미 등을 활용해 대체 촬영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장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묶어서 잡아당겼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오직 사람들의 오락을 위해 말을 생명의 위험에 고의로 빠뜨리는 행위는 인간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동물을 해하는 전형적인 동물학대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촬영에 앞서 동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나. 발생할지 모를 현장 사고 대처를 위해 수의사가 배치되었나”라며 제작진 측 답변을 요구했다. 또 해당 말의 상태를 공개해 달라고도 했다.

지난 17일 KBS 시청자 권익센터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기 나오는 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나. 7화 낙마 신에서는 말이 땅에 완전히 꽂히던데 혹시 앞다리를 묶고 촬영하신건가. 넘어질 때 앞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가지런히 모아져 있다. 저 촬영한 말은 어찌 됐나. 살아있기나 한건가. 답변 부탁드린다" 등등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해당 말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KBS 측은 해당 논란을 접하고 현재 제작진에 전달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