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가 교황에 굴욕적 알현"...文대통령·정부 성토
"스님을 '봉이 김선달' 이라니..." 승려들 격앙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원색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스님은 이날 승려대회 연설문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돼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인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도 "정부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없앤 공과를 가져갔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과 스님들을 국민적 비난거리로 만들었다"며 "심지어 이젠 여당 국회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과 스님들을 조롱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이어 "(사찰과 스님들을) '통행세'를 받는 산적 취급을 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왜곡된 종교편향적 자세와 전통불교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작금의 상황을 더는 침묵할 수 없게 됐다"며 "한국불교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려대회 봉행위원장으로 나선 조계종 총무원 원행스님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냈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 내용을 비꼬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고 언급하며 문 대통령 취임사에 빗대어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은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된 승려대회는 대체로 차분함 속에 진행됐으나,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고함이 나오며 때때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이날 조계사를 찾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인사들은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할 예정이었으나, 좌중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에 주최 측이 기회를 주지 않자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