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일)

닫기

LG, '공화당의 백악관 터줏대감' 헤이긴 前 부비서실장 영입

LG='헤이긴' 백악관 전 부 비서실장, 삼성='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포스코='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각기 영입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경영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

LG그룹은 오늘(1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의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Joe Hagin)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헤이긴은 조만간 LG그룹이 개설할 예정인 워싱턴사무소를, 한국에서 파견된 임병대 전무와 함께 공동으로 이끌며 미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4명의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에 15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해 '백악관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특히 그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의 LG행은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트럼프 행정부 이후 기업 경영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입법과 규제, 수출통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에 내다 파는 사업 방식 대신 미국에 제조 기지를 세우는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할 필요성도 나타났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서부 '러스트 벨트' 표심을 잡기 위해 '보수가 좋은 노조 일자리(good-paying union job)'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제조업 확대를 독려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 내 사업 확장 기회이면서 동시에 급변하는 정세에 따른 미국 정부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부담 또한 지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훼손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자동차 공장이 멈춰서고 차값이 치솟자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SK를 비롯해 미국서 사업하는 모든 반도체 기업에 재고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게 한 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LG는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용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워싱턴 정계와 관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대관 업무 필요성을 실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외협력총괄 겸 본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국무부 넘버 2'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