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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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 검수완박 중재안 강행 태세…'원안 통과' 주장도

지도부 "국회의장 중재안대로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

법사위 소위 심사 착수…강행 수순밟기 들어가나

민주당 처럼회. 지지층 격앙…"민주당 원안대로 진행해야" 성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25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중재안 처리를 재논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격양된 분위기를 한껏 드러냈다.

지도부는 일단 법사위 소위를 열고 법안 통과 절차에 착수하되 민주당 원안이 아닌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한 합의안을 존중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최소한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며 일종의 '여론전'으로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중재안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이번 사태를 고리로 민주당 역시 중재안을 지킬 필요가 없다며 6개 수사권을 즉시 이관하는 '원안 통과'의 필요성을 재차 주창하고 나서면서 당 내부에서도 강온 노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도부는 일단 중재안에 힘을 실으며 재차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강 대 강 대치 정국 속 민주당이 원안 처리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한 뒤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금주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끝내고 28일 또는 29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를 강행하더라도 '중재안'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파기할 경우 민주당 원안대로 처리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원안을 처리하라는 우리측 요구가 있음에도 박 의장 중재·합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그 이야기를 입에 안 담고 있다"고 밝혔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법사위에 제출된 많은 검찰개혁 법안이 있지만 여야간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의장 중재안을 중심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중재안대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한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 의장과 합의한 중재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본회의 일정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민주당이 합의안 처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협상을 주관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안'으로의 선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검수완박' 중재안을 심사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를 열기로 했다.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1소위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7시 30분 소위 소집을 공지하라고 했다"며 "의장님의 중재안 중심으로 논의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합의안을 파기하려는 시도에 맞서 합의 준수를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경주하겠다"며 "예정한 대로 오늘 법사위 법안심사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면담 요청한 뒤 발언하는 정청래 의원(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왼쪽두번째)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요청한 뒤 발언하고 있다. 2022.4.25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다만 중재안에 초점을 두는 지도부의 기류에도 불구, 당 일각에서는 '원안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먼저 합의를 파기한 상황에서 민주당 역시 합의안이라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이러한 강경 주장의 선두에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처럼회'가 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와 3선의 정청래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먼저 합의를 깬 만큼,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던 민주당의 원안대로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22일 여야가 중재안을 전격 수용한 직후에도 SNS 등에 "박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과정은 헌법 파괴적"(김용민 의원) 이라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도 회견을 마친 뒤 박 의장을 찾아가 민주당 원안 처리를 요청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 경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끌어모으고 있는 조정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시간끌기 사기극을 벌인다면 민주당은 주저하지 말고 원안 통과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원안대로 처리하라'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당원은 "중재안을 헌신짝 버리듯 한 국민의힘과의 합의 정신이 뭐가 중요하냐"며 "원안대로 처리가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당원도 "당원에게 패배감 주지 말고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마침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저렇게 명분을 쌓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파 당원들 사이에서는 박 의장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한 당원은 박 의장을 향해 "이 기회를 이대로 놓치면 역적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당원은 "박 의장,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고 영웅을 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박 의장의 대전 서구 지역구 사무실 입구는 '검찰 정상화 촉구' '헌법 파괴 박병석' '국민 X무시' '국회 독재자' 등 박 의장을 비판하는 스티커로 도배되는 일도 발생했다.

다만 처럼회 등 강성 지지층의 이런 의견 표출에도 불구,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양당이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6대 범죄를 완전히 들어내는 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당 지도부와 전반적인 중론을 합의안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항의하는 민주당 지지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