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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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크라 침공시 대응"… 러 "제재하면 관계 붕괴"

|두 정상 23일만에 연결... 50분간 통화 아무성과 없어

|가시적 성과없이 기싸움만…'병력철수'·'나토동진금지' 놓고 계속 협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병력 집결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긴장 완화를 요구했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국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정치군사연합체인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약하길 원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단 러시아와의 협상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배치를 늘려 내년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미국은 러시아의 국제결제망 퇴출과 수출제한 등 초강력 제재카드를 검토하며 러시아를 압박해왔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통화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미러간 양자 전략 안정화 대화를 시작으로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외교적 해법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1월 10일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실무협상을 벌인다.

12일에는 나토와 러시아, 13일에는 OSCE와 러시아의 연쇄 협상이 이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실질적인 대화의 진전은 긴장 고조보다는 긴장 완화 국면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러시아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의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미러 양국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측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새해에도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 협상의 모멘텀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였다면서 이번 통화가 열려 있었고, 실질적이며 구체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원하는 안전보장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도 "두 정상의 통화는 심각하고 실질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의 병력 증강과 이동을 매우 면밀하고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은 이미 이전 통화에서 각자의 입장을 표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결정에 따라 외교적 혹은 심각한 결과가 따를 억제책 등 두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유의미한 진전이 가능한 영역과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을 확인했다"며 "(오늘) 통화 목적은 내년 1월 회담의 '논조(tone and tenor)'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져 위기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되느냐가 큰 관심사였다.

연말을 맞아 델라웨어주에 머무는 바이든 대통령은 윌밍턴 자택에서 통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