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코로나 치료제가 오히려 변이바이러스를 유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7일(현지시각)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이를 촉진한다는 연구를 두고 과학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테오 샌더슨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달 27일 의학 분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 아카이브(medRxiv)’에 몰누피라비르에 의한 바이러스 변이를 분석한 논문에서 시작됐다.
논란의 대상이 된 몰누피라비르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MSD)가 지난 2021년 개발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성분으로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처음 받았다. 투약법이 간편하고 효능이 좋아 환자 치료에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3월 긴급사용을 허가해 국내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유사체다.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침입해 자신의 유전체를 복사하고,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과 유전체를 조립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복제하는데, RNA 유사체가 실제 RNA 사이에 끼어 들어가 바이러스의 정상적인 복제를 막는 원리다.
테오 샌더슨 박사 연구진은 몰누피라비르가 바이러스 변이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했다. 몰누피라비르는 구조가 비슷한 RNA 염기인 시토신(C)의 자리에 대신 들어갈 수 있는데, 인체 세포의 영향을 받으면 또 다른 염기인 티민(T)과 비슷한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기서열이 바뀌는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몰누피라비르 치료가 시작된 후인 2022년부터 바이러스의 변이를 추적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공개된 1300만개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130개 이상의 유전체에서 몰누피라비르에 의한 영향을 받아 시토신이 티민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0년 호주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이상 고령층 20명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몰누피라비르를 처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슨 박사는 “몰누피라비르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능력이 여전하고,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과학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으러면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에 변이가 일어나는 것처럼 항바이러스제도 마찬가지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러스템 이스마길로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화학·화학공학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가 새로운 변이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라 오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동물학과 교수도 “면역 회피능력이 강한 새로운 변이가 나타난다면 다시 대규모 감염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몰누피라비르를 비롯한 항바이러스제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변이 발생 가능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이번 연구는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항바이러스제에 따른 바이러스의 변이는 지금까지 이론적인 가능성만 제기됐을 뿐 아직 본격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