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6 (수)

닫기

“은행 파산 더있나” 공포지수 최고조…은행주 폭락

  • 이준
  • 등록 2023.03.14 11:53:59

금융불안 vs 물가안정… 미국 금융시장은 '널뛰기'

 

KoreaTV.Radio 이준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10일 파산한 이후 연방준비제도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IT(정보 기술) 기업 전문 은행인 SVB에 이어 가상 화폐에 특화된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고, 고액 자산가 예금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파산 직전까지 가는 등 위험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발생하자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 것인지, 연준의 대처가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등을 지켜보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폭락했던 미국 은행주는 14일 개장 직후 일제히 폭등하는 등 널뛰기를 하고 있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도 급등락했다. 13일(현지 시각) 오후 6개월 만의 최고치인 30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14일 미국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8개월 연속 둔화되면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하락했다.

 

금융 불안으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채권 금리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3일 36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인 0.57%포인트 하락하며 연 4.03%로 거래를 마쳤는데, 다음 날엔 개장 직후 0.29%포인트 반등하면서 크게 오르내렸다.

 

◇살얼음판 금융시장, 지표 급등락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과 재무부가 지난 12일 “예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연준의 발표 이후 처음 열린 13일 미 증시에서 은행주는 일제히 폭락했다가 다음 날인 14일 개장 직후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처럼 예금자 보호 한도(25만달러)를 넘어서는 예금이 많거나, 최근 가격이 급락한 채권을 많이 사둔 은행 주가가 특히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파산 위기에 빠졌다가 지난 12일 JP모건과 연준에서 간신히 자금을 조달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61.8% 폭락했다가, 14일엔 개장 직후 57.8% 반등했다. 이 은행은 부자들의 자산 관리에 특화돼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자금이 68%(지난해 말 기준)나 되는데, SVB 파산 이후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위기에 빠졌었다. 자이언·팩웨스트·웨스턴얼라이언스 등의 중소 은행 주가도 13일 각각 25.7%, 21.1%, 47.1% 폭락했다가 다음 날 오전 대부분 크게 반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은행 파산 이어지나” 여전한 불안감

은행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연준과 재무부의 전방위적인 진화가 예금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실패를 막기 위한 까다로운 규제를 다수 도입했지만 역부족이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번지는 상황이다. 주가가 바로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면 제2의 ‘리먼 사태’가 효과적으로 차단될 전망이지만, 은행 추가 파산 가능성 등 불안 요소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 사태는 2020년 코로나 이후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발생했다. 경제가 식으며 돈이 필요해진 기업과 개인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자 이 돈을 돌려주기 위해 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본 예금자들이 앞다퉈 돈을 빼는 ‘뱅크 런(bank run·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 은행이 무너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