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이준 기자 |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20일(현지시간) 온스당 2000달러(약 261만8000원)를 넘기며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와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2008달러를 찍었다.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긴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전자산 쏠림 현상에 금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엔 글로벌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로 금값이 다시 뛰는 모습이다. 지난 2주 동안 금값은 10% 가까이 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폐쇄에 이어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 공포가 커진 탓이다. 전날(19일) 스위스 최대 금융회사 UBS가 CS를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되면서 금융 붕괴 위기는 덜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은행 위기가 끝난 게 아니라고 판단하며 금 매수에 나섰다.
맥쿼리그룹의 마커스 가베이 금속 전략가는 "CS의 후순위 채권 상각이 불확실성을 키웠다"면서 "시장의 공포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 은행 시스템 위기로도 번지지 않는 불확실성이 길게 이어질수록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컨설팅업체인 피치솔루션스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은행 위기가 안전자산 매력을 키웠다며 올해 금값 평균 전망치를 종전 1850달러에서 19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이 지속되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넘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값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여름 온스당 207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위기가 심화할 경우 달러 가치가 뛰면서 금값을 짓누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비벡 다르 애널리스트는 "아직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금융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달러가 공격적 랠리를 펼칠 경우 금값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