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이하 KMA) 법률 총괄 부사장이 10년 넘게 직장 내 가스라이팅과 괴롭힘 혐의로 여직원 변호사로부터 피소됐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KMA내 법무팀 소속 변호사로 활동해온 이반 영씨가 기아차 미국법인과 존 윤(한국명 용진) 총괄부사장 겸 법률 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법원에 접수된 소장에 따르면 원고측은 의도적 괴롭힘, 차별, 보복 등 총 17가지 위법 사항을 제기하며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다.
영씨는 중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지난 2004년 소송 담당 변호사로 KMA에 입사했다. 영씨는 소장에서 본인의 직장 생활을 두고 “응급상황이 끊이지 않는 TV 드라마 ‘ER’에 나오는 모습과 비슷했다”고 묘사했다. 소장에 따르면 KMA는 영씨가 17년 이상 일하는 동안 매년 3000~4000시간씩 근무할 것을 요구했다. 통상 연간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으로 계산할 때 2080시간이다.
부당한 노동 환경을 조성한 핵심 인물로는 총괄부사장이자 법률 고문인 존 윤씨를 꼽았다. 소장에서 원고측은 “윤씨는 조직을 일종의 임원 양성을 위한 부트캠프의 한 형태로 운영하면서 영씨에게는 KMA의 차기 법률고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며 “이로 인해 영씨는 직장 상사의 학대에 휘말렸고 이는 마치 가정 폭력 피해자가 겪는 학대 사례와 매우 유사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무려 100페이지에 이른다. 영씨가 근무한 이후 20년에 가까운 직장내 사건들이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담겨있다. 특히 직장 상사였던 윤씨와 얽힌 사례는 대화 내용까지 매우 구체적이다.
소장에 따르면 윤씨는 영씨에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반복해서 보도록 지시했다. 원고측은 “윤씨는 영화 속 악역인 ‘미란다 프리슬리’가 될 때까지 영화를 계속 보라고 했다”며 “윤씨는 부서에서 자신은 ‘산타클로스’가 돼야 한다고 했고, 영씨에게는 ‘나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화를 제때 받지 않으면 폭언이 이어졌다는 내용도 있다. 소장에는 “회의 중이나 화장실에 있어도 전화가 오면 즉시 받거나, 2분 이내 회신 전화를 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조차 전화가 올까 봐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명시했다.
소장에서 영씨측은 윤씨가 자신의 행동을 ‘멘토링(mentoring)’ ‘경력에 도움을 주기 위한(good for her career)’ 행위 등으로 정당화했지만, 이는 기만적, 악의적인 학대였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명시된 대화를 보면 윤씨의 가정사부터 예술품 수집 취미, 휴가 계획, 좋아하는 술, 여성 문제 등 그동안 영씨가 직장상사라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내용이 실제 상세히 담겨있다.
소장에서 원고측은 “윤씨는 KMA를 그만두면 다른 기업의 법률고문이나 한국계 수퍼마켓의 고위직에 취직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며 “이런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때마다 이 모든 게 승계 계획의 일부라고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영씨는 윤씨의 지시로 인해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KMA 고위직 인사의 의전까지 담당해야 했다. 소장에는 ▶고위직 인사가 LA총영사관에서 여권을 갱신할 때 줄을 서지 않도록 직원들과 계획 ▶LA국제공항에서 고위직 인사가 줄을 서지 않도록 미리 계획 ▶호텔에 연락해서 고위직 인사의 치즈 플레이트가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부탁 ▶객실 등에 고위직 인사가 선호하는 생수만 비치되도록 미리 조율해야 했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이와관련, 한인 로펌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행태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라며 "다문화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개선 없이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가긴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