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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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뛰고 인건비 날고...‘금리인하 불발 공포’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금리 인하로 향하는 ‘라스트 마일(마지막 관문)’에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나온 올 1분기(1~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웃돈 데 이어 이번엔 1분기 인건비 지표마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건비가 오르면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물가를 자극해 광범위한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끈적(sticky)’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쉽게 단행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닥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뜨거운 노동 시장에 끈적한 물가까지

미국의 임금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노동부는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전 분기 대비 1.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를 웃돈 것으로, 직전 분기(0.9%)에 비해 오름폭도 커졌다. 고용비용지수는 임금에 복리후생비까지 더해 지수화한 것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중시하는 인건비 척도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실망스러운 ECI 지표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경우 물가가 더 자극받는 ‘임금-물가 스파이럴(소용돌이)’ 악순환도 우려된다.

 

이미 ‘고물가 고착화’ 우려는 강해지고 있다. 최근 나온 물가 지표들은 줄줄이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3.4% 상승해 전 분기의 상승폭 1.8%를 크게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도 3.7% 상승해 시장 전망치(3.4%)를 상회했다. 근원 PCE는 연준이 물가 추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같은 날 나온 1분기 미국 성장률이 연율 1.6%로 작년 4분기(3.4%)와 시장 전망(2.4%)을 크게 밑돌면서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타났다.

 

◇저소득층 소비 위축…美 식음료 기업 “우려” 목소리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미국의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30일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7로 전달(103.1)보다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해 2022년 7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수록 소비자들이 경기를 비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건 저소득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소득층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맥도널드, 코카콜라, 펩시 등 미국의 대형 식음료 기업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언 보든 맥도날드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저소득층 고객들이 패스트푸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집밥을 해먹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보급형 세트 메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존 머피 코카콜라 CFO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더 크고 저렴한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네슬레의 1분기 미국 매출은 저소득층의 냉동제품 구입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하기도 했다.

 

◇급격히 식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현재의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월가에선 연초에 연준이 올해 4~5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지만, 물가 불안이 커지자 6월부터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은 물 건너갔고, 9월 금리 인하 개시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말 BNP파리바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오는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 시점을 늦췄고, 연말 1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맥쿼리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시장금리로 연준의 금리를 추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툴에선 심지어 그간 ‘제로(0)’였던 금리 인상 확률이 1%대로 올라섰다.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1%, 7월 0.9%, 9월 0.6% 등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