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김재권 기자 | 28일 치른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현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62)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선관위는 29일 0시쯤 “80%가 개표된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51%를 득표해 44%를 얻은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에게 앞섰으며 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발표 뒤 마두로는 승리를 선언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야권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난 일부 출구 조사 및 사전 여론조사와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상당수 국가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있어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이 극도로 혼란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선관위 발표가 나온 직후 수도 카라카스 주민들이 냄비를 두드리며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의 기틀을 다진 군부 출신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재임 중 암으로 사망하기 전 그의 정치적 후계자로 낙점받았다. 차베스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2018년 4월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두 선거 모두 부정선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2018년 선거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상당수 서방국가가 최악의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그를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선거 당국의 발표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소망이나 투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세부적인 개표 결과와 투표 기록을 포함해 선거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이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칠레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검증할 수 없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비에르 곤잘레스-올라에체아 프랑코 페루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에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정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자국 대사의 소환 방침을 밝혔다. 코스타리카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발표는 사기로 의심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X에 “베네수엘라인들은 공산 독재를 끝내기 위해 투표했다. 독재자 마두로를 몰아내자”고 썼다.
이처럼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마두로 정권이 보여온 행태 때문이다. 마두로는 전임 차베스 시절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악화된 국가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좌파 정권 연장을 위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반대자들을 탄압하며 핵심 권력층을 측근들로 채우는 등의 행보로 서방 국가들의 잇단 제재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반(反)마두로 표심이 대대적으로 결집하자 마두로는 노골적 야권 탄압에 나섰다.
우선 야권 단일 후보로 급부상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7) 전 국회의장에 대해 마두로의 측근들로 채워진 대법원에서 반국가 행위 경력을 이유로 올해 1월 공직 선거 출마 자격을 15년간 박탈했다. 이에 항의하는 야권 및 시민사회 인사 100여 명을 체포했다. 좌파 정권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베네수엘라의 철의 여인’으로 불려온 마차도는 자신의 출마가 봉쇄되자 자신의 대항마로 외교관 경력 외엔 정치 경력이 전무한 우루티아를 지명했다. 그러자 민심은 우루티아를 향해 결집했고, 마두로 정권은 투표를 훼방해 투표율을 최대한 낮춘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마두로 측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