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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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주소 이야기

타임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주소 체계와 거리 이름에 담긴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를 탐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스트리트(street)'에 있는 주택이나 건물이 '레인(lane)'에 있는 건물에 비해 절반 가격에 거래됐고, 미국에서 주소에 '레이크(lake)'가 들어간 주택은 전체 주택 가격의 중앙값보다 16% 높았다. 

주소는 단순히 위치를 지정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인접한 토지도 서로 다른 행정구역에 편입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진다. 

시 당국이 주소 변경 신청권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개발업자들은 주소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예를 들면 센트럴파크처럼 '비싸 보이는' 주소를 건물에 붙여 조금이라도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 애써 왔다. 부동산, 학군 등 경제적 이해와 주소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이처럼 주소 개정은 권력에 관한 문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주소는 우리 정체성의 상징이자, 정부가 권력을 미치는 수단이며, 사회 구조를 반영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방법이 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거주 공간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지금도, 온라인 공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미래에도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본질적 고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주소 이야기>는 이러한 고민에 흥미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