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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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유세버스는 불법개조...사망자들 '일산화탄소' 가득 버스서 6시간 방치

LED 전광판과 이를 작동하기 위한 발전기 차량 설치 승인 안 받아

버스 안 CO 농도 1천500ppm 이상…1천600ppm 환경에 머물면 2시간 내 사망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끝내 숨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는 화물칸 발전기에서 뿜어져 나온 치사 수준 농도의 일산화탄소(CO)를 6시간 동안 들이마셨을 정황이 나왔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16일 경찰 등과 함께 유세버스 화물칸에서 30분 동안 발전기를 돌렸더니 차량 내부에서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운전기사가 쓰러져 있던 운전석 부근 CO 농도가 1천500ppm으로 측정됐고, 선거운동원이 있던 뒷자리의 농도는 2천250ppm이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작동하기 위한 발전기가 있던 화물칸의 농도는 4천80ppm에 달했다.

전날 선거운동원 등을 병원으로 이송한 직후 측정했을 당시 버스 내부 CO 농도는 약 250ppm이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체내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CO 농도가 1천600ppm인 곳에 머물면 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천200ppm이 넘는 환경에서는 30분 이내에 사망한다.

경찰이 확인한 유세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는 차량 정차 후 20여분이 지나자 발작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1시간 10여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사고 유세버스가 현장에 멈춘 시점은 15일 오전 11시 30분께다. 고인들은 낮 12시 40분께 쓰러진 뒤에도 5시간 가까이가 지나서야 발견됐다.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에 퍼졌지만 운전석 옆 창문을 제외한 모든 창문이 특수 소재(필름)로 덮여 있어,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일산화탄소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국민의당은 전날 "일산화탄소 발생 가능성이 있어 문을 열어놓고 가동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공지했다고 밝혔지만,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발전기가 놓인 화물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차량 내부에 연탄이나 다른 가열 물체가 없었고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을 보면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5시 24분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손평오(63)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대위원장과 버스 운전기사(50)가 의식을 잃은 채 있는 것을 다른 당원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이들을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으로 각각 이송했으나, 병원에서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한편 일산화탄소 유출 사고로 2명이 사망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의 유세버스 차량이 불법 개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에 LED 전광판을 설치하려면 사전에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6일 "사고가 난 안 후보 측 유세용 버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차량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경찰,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사망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차량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차량 LED 전광판은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라 차량 등화장치로 구분돼 설치에 앞서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단은 이 과정에서 변경되는 내용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를 위반하면 차량 소유자와 불법 개조인 것을 알고도 운행한 운전자는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결국 사고 차량은 LED 전광판과 이를 작동하기 위한 발전기를 차량에 설치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교통 당국으로부터 검증받지 않은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선거 유세를 위한 LED 전광판이 화물차 화물칸에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형 버스에 외부 돌출 형태로 부착하는 형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안 후보뿐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 측에서도 선거 유세버스의 구조 변경을 신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LED 전광판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LED 전광판 설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다른 차량에 눈부심 등 영향이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고, 발전기의 적재 여부는 승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선거 유세버스의 불법 구조변경 여부를 별도로 확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그런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