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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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머무를 25억 자택, 8m 담장에 쇠창살

[백경열 기자 현장 취재]

지난 1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한 전원주택. 50~70대로 보이는 시민 30여명이 느린 걸음으로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는 흐린 노란빛의 건물 일부가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7~8m 높이의 회색빛 담장과 빼곡하게 박힌 쇠창살을 보며 “잘 지었네” “철옹성 같다”고 말했다. 집 뒤편의 난간을 밟고 창살 사이로 집 마당을 살펴보던 시민들은 주변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자 멋쩍은 듯이 내려오기도 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주택 진입로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달성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 6개가 걸려 있었다. 창당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구도 있었는데, 대부분 인근 주민들과 기관·단체가 내건 펼침막들이었다. 자신을 수성구 거주 시민이라고 밝힌 환영 메시지도 집 담벼락에 붙어 있었다.

이 집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자택 예정지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회와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곳은 주거밀집지역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진입로 인근에 위치한 전원주택이다. 부지 1676㎡ 위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712㎡·약 216평)로 지어졌다. 이 집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주거용 건물과 3개 동의 부속 건축물이 있으며, 8개의 방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전원주택.

이 집은 박씨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달 현재 집주인인 달성군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에게서 사들였다. 총 매입 예정금액은 25억원이다. 현재는 계약금(2억5000만원)만 치른 상태로, 오는 22일 나머지 금액을 지불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택 잔금 등 구입 비용의 출처와 모금 가능성, 박씨의 입주 시점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계약자인 유영하 변호사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자택 인근에는 박씨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의 유튜버, 언론 관계자 등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경호동으로 알려진 자택 옆 건물에는 인부 수십명이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공사자재를 실은 트럭이 오가고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사면 복권된 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씨는 퇴원 후 이곳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호동 건물의 마무리 공사가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어 다음달쯤에야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대선 직전 입주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