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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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생들 ‘백지’ 들고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중국발 시위뉴스에 LA서도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동조 시위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27일 오후 7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총영사관 앞에는 중국 유학생 100여명이 모여 "자유를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미국 유학생인 밍은 "중국 베이징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제로 코로나를 풀고 사람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중국의 미래이다. 중국에서도 대학생과 청년들이 용감하게 나서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우리는 이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28일 새벽 1시(중국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신위안난루(新源南路).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에도 외국 공관과 고급 호텔이 즐비한 이곳에서 베이징 시민 700여 명이 모여 백지(白紙)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베이징을 풀어줘라” “PCR(유전자 증폭) 검사 대신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시민은 “피켓을 들면 경찰(공안)이 압수하기 때문에 빈 종이를 들 수밖에 없다”면서 “‘문구는 알아서 생각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백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구호는 밤이 깊어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처음엔 코로나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 “진상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보를 고도로 통제하는 중국에서 이런 구호들은 자칫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하이 시민들을 석방하라”는 구호도 나왔다. 전날 상하이 우루무치중로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에서 일부 시민이 경찰에 잡혀 갔다는 소식을 듣고 항의에 나선 것이다. 상하이의 시위에서는 최대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 중 일부가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체제와 최고 지도자에 대한 공개 비판이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일어난 것이다.

 

 

 

전날 오후 9시 30분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된 베이징의 시위는 2020년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시위였다. 이날 베이징뿐 아니라 우한, 청두 등 중국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28일 저녁 저장성 항저우 번화가인 옌안루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최소 2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 현장에선 일부 차량이 창문을 열고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틀었다고 한

 

이번 시위의 기폭제는 지난 24일 발생한 신장 위구르 지역 아파트 화재 사건이다. 이 아파트는 ‘코로나 봉쇄’를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분노한 청년층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각지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카타르 월드컵 또한 시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22일 인터넷에서 퍼진 ‘열 가지 질문[十問]’이란 제목의 글은 “월드컵의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는다”면서 “우리와 그들이 같은 행성에 사는 것이 맞느냐”라고 했다. 베이징의 미디어 업계 종사자는 “월드컵이 고강도 방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구심을 키운 상황에서 신장 아파트 화재가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사이 청년들이었다. 28일 새벽 베이징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인터넷 통제’를 상징하는 ‘404:Not Found’란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오늘이 내 생애 첫 시위”라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인터넷에 쓴 비판 글들이 대부분 삭제되는 것을 보면서 직접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한 남성은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때문에 중국의 문화 산업 종사자들은 고사 직전”이라면서 “중국의 엘리트 문화 예술인 70% 이상이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늘 거리로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은 주변의 경찰들을 의식, 은어를 섞어 시위를 벌이며 각종 코로나 관련 영상과 정보를 공유했다. 칭화대 학생들은 ‘프리드만 방정식’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여 주목받았다. 소련의 물리학자 겸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이 우주팽창의 원리를 설명하는 공식이 프리드만 방정식인데, 시위대는 프리드만의 발음이 ‘프리드 맨(freed man·해방된 사람)’, ‘프리 더 맨(free the man·자유롭게 하라)’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역에서 반(反)봉쇄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거나 구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상하이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시위가 27일 오전 3시쯤 폭력적으로 변하자 경찰이 여러 명을 연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위에 나선 상당수의 중국인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베이징 시위에서 한 사람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자 일제히 “우리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맙시다”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시위 후반에는 “우리는 해외 세력이 아니라 중국 공민이다” “우리는 평범한 베이징 시민이다”라는 구호가 주를 이뤘다.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최근 봉쇄 완화 기대 속에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은 물러나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하며 시중에 돈을 푸는 조치를 취했지만, 시위가 금융시장 호재를 압도했다. 28일 역내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7.23위안을 기록하며 1%가량 급등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세다. 주식시장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4%대, 상하이 종합지수는 2%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시장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 약 60억위안(약 1조11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