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가 대형 산불로 초토화됐다.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불이 허리케인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현재까지 최소 36명이 숨지고 이재민 수천명이 발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재 진압을 위해 연방정부의 모든 이용 가능한 자산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마우이섬 중부 쿨라와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 등에서 지난 8일 오전 산불이 발생해 주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긴급 대피소 4곳에 2100여명이 몰렸고 카훌루이 공항에는 관광객 약 2000명이 대피해 있다. 이날에만 1만1000명이 항공편으로 섬을 떠났다. 1만2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도 끊겼다.
화재로 19세기 하와이 왕조의 수도이자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프론트 스트리트’의 상점과 갤러리, 식당 등이 대부분 전소됐다. 1830년대 선교사 숙소로 지어진 마우이섬 내 가장 오래된 건물 ‘볼드윈 하우스’ 등 문화유산도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실비아 루크 하와이 부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마우이섬 내 건물 수백채가 불에 탔다.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이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최대한 라하이나를 빨리 떠나는 것이 안전하다며 이들을 공항으로 이송시키는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화마를 피하려고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소 12명이 태평양에 뛰어들어 탈출했다가 나중에 미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고 전했다. 마우이섬 주민 다니엘 설리번은 CNN에 “화마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봤지만 도로가 막혀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며 “종말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관광회사 소속 헬기 조종사 리처드 올스턴은 AP통신에 “산불 지역 상공을 비행하던 중 마치 대형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참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여기서 52년 비행했지만 이런 끔찍한 장면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주민 케오모구 카푸는 “화재 소식에 바로 차를 타고 대피했는데, 얼마 안 가 뒤를 돌아보니 내가 있던 건물이 불에 타고 있었다.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했다.
산불로 파괴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내 건물에서 9일(현지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화재는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을 받아 악화했다. 마우이 소방국은 산불 발생 당일인 8일 오전 9시55분쯤 라하이나 산불이 100% 진압됐다고 선언했지만 강풍을 타고 잔불이 살아나면서 불이 다시 번졌다. 하와이 국방 당국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이날 마우이섬에 56만7800ℓ의 물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불길은 9일 밤까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산불 규모는 여전히 크고 통제 불능 상태인 것으로 보고됐다. 거센 화마에 구조 작업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산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건조한 대기 상황과 강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