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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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트럼프 출마 자격 있다”... 대선 장애물 사라져

만장일치...진보 성향 3명도 트럼프 손들어줘
16개 지역 경선 ‘수퍼 화요일’ 하루 앞두고 판결

 

 

 

 

 

연방대법원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트럼프는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각각의 의견을 내지 않고 ‘전원일치’(per curiam) 판결을 내렸다.

앞서 작년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2021년 ‘1·6 미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장려했다”며 “이에 따라 트럼프는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었다. 해당 수정헌법 조항은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하거나 또는 그 적에게 원조를 제공한 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미국 헌법은 연방 공직자 및 후보자에 대한 자격 판단의 책임을 주 정부가 아닌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연방 공직자의 피선거권을 주 정부가 법원이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들이 각 주(州)에서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며 낸 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콜로라도주와 함께 메인주와 일리노이주에서도 트럼프에 공직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주들의 결정은 대법원 판결까지 보류된 상태다.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9명 중 6명(대법원장 포함)인 보수 우위 구도이지만 이날 판결은 진보 성향 대법관 3명도 트럼프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자 자격을 박탈하려면 그 기준과 방식에 대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직자 자격을 박탈하기 위한 요건을 ‘의회가 제정한 법령’으로 못 박은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3명의 대법관은 별도 의견을 대고 “(공직자 자격 박탈을 위한) 다른 잠재적인 연방의 집행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안은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주 정부의 권한이 부족하다는 판결로 충분하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 다만 배럿은 “지금은 강경한 태도로 의견 차이를 증폭시킬 때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국가의 온도를 높이는 대신 낮춰야 한다. 현재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의견) 차이는 만장일치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9명의 판사 모두가 이 사건의 결과에 동의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라고 했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이날 판결은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5주(州)와 1개 해외 영토(사모아) 등 총 16지역에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지는 ‘수퍼 화요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판결이 나온 직후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법원이 대선에서 이처럼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적은 2000년 이후 없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 승패를 가른 플로리다주에서 두 후보의 표 차이는 1784표밖에 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중 팜비치를 포함한 4개 카운티에서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했고, 양측의 차이는 327표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공화당 소속이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던 플로리다주는 개표 결과 공식 보고에 시한을 둬 재검표를 중단시키려 했다. 반발한 고어 측은 플로리다주 항소법원과 대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내 시한 없이 주내 모든 카운티에서 수작업 재검표를 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부시 측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했고,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부시 편을 들어 재검표를 중단시켰다. 결국 두 후보의 표차는 537표로 결론 났다. 고어는 선거 37일 만에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이 부시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