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미국 대학가에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체포조가 나타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연수생들 사이에 충격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반전 시위에 참여했던 외국인 학생들이 ‘친 테러 성향’으로 분류되며 표적 체포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는 ICE 이민단속 요원들이 6인 1조의 ‘얼굴 없는 체포조’를 운영하며, 대학가 운동권 유학생과 연수비자 소지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추적 체포 작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부는 이들 가운데 일부를 하마스 등 테러 단체와 연관된 성향의 인물로 간주해 비자를 취소했으며, ICE는 이에 따라 곧바로 체포 및 구금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인근 터프츠 대학에서는 최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튀르키에 출신의 여학생이 길거리에서 ICE 체포조에 의해 체포되는 장면이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모자와 마스크,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남녀 6인조는 여학생을 수갑 채워 연행하려 했고, 여학생이 “경찰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우리가 경찰이다”라고 응수했다. 이를 지켜보던 인근 주민이 “진짜 경찰이라면 얼굴과 뱃지를 왜 숨기냐”며 항의했으나, 체포조는 여학생을 SUV 차량에 태워 이송한 뒤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학생은 2018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터프츠 대학에서 아동심리학 박사과정 중인 유학생이다. 그녀는 지난해 터프츠대 학생 신문에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중단”과 “이스라엘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칼럼을 기고한 바 있어, 이로 인해 ICE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인도 출신의 J-1 비자 소지자는 최근 국무장관의 비자 취소 결정 후 ICE에 체포되어 구금 중이다. 이 연구원의 배우자가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SNS 상에서 친 하마스 성향의 콘텐츠를 공유한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으로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출신 37세 여학생도,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무부로부터 학생비자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녀는 현재 뉴욕대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었다.
영국과 감비아 이중국적자인 코넬대 대학원생 역시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학생비자가 취소돼 추방 위기에 처했다.
한편,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 정윤서(가명) 양은 영주권자 신분으로, 체포 직전 연방법원에 긴급 소송을 제기해 체포 및 추방 중단 임시명령을 받아냈다. 정 양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성 단속”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CE 체포작전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본격화한 이민 단속 정책 중 하나로 분석된다. 특히 과거의 불법체류자 중심의 단속과 달리, 이번 작전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 유학생 및 연구원들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ICE의 체포 대상에는 중동 출신뿐 아니라 한국, 인도, 튀르키예, 독일, 영국 등 아시아·유럽권 국가 출신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학생(F-1)**이나 연수비자(J-1) 소지자들은 국무장관이 “공공안전 또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분류하면 비자 취소와 함께 추방 및 최대 5년간 미국 입국 금지 조치가 뒤따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법원의 명확한 판결 없이는 추방이 어려워, 법적 대응이 가능한 상태다. 정윤서 양의 사례처럼, 긴급 가처분 명령을 통해 추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투쟁 여지도 남아 있다.
미국 대학가에 체포조가 등장하고, 유학생들이 수갑에 채워져 연행되는 모습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각국 외교당국과 유학생 커뮤니티도 비상에 걸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은 법치주의와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 헌법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