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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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저 차베스 데이 연방공휴일 폐지 서명 — 라티노 커뮤니티 강력 반발

1일부로 공식 효력…"라틴계 유산 지우기" vs "연방 공휴일 정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간) 시저 차베스 데이(Cesar Chavez Day)를 연방공휴일 목록에서 삭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4월 1일부로 공식 효력을 발생한다.

시저 차베스 데이는 멕시코계 미국인 노동운동가 시저 차베스(1927~1993)의 생일인 3월 31일을 기리는 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연방 기념일로 지정했다. 차베스는 전미농업노동자연합(UFW)을 설립하고 농업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연방공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정부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공휴일 정비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결정이 라틴계 커뮤니티의 역사적 유산을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미라틴계시민권리연맹(UnidosUS) 자넷 무르기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시저 차베스는 미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며 "이번 폐지는 라틴계 미국인 5,000만 명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LA 지역에서는 즉각적인 반발 시위가 시작됐다. 이스트LA와 보일하이츠 일대에서는 31일 밤부터 약 2,000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차베스의 유산을 지켜라(Defend Chavez Legacy)"를 외쳤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일부 구간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캘리포니아주 개빈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시저 차베스 데이를 주 공휴일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연방 정부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텍사스,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라틴계 인구가 많은 다른 주들도 자체 기념일 유지를 선언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사안에 관심이 높다. LA한인연합회(KAF) 관계자는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다문화 사회의 기본"이라며 "라틴계 커뮤니티와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결정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틴계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15%를 차지하며, 특히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에서 결정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