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토)

닫기

호남홀대론 부각하고 동학·DJ정신 기리고…적진 파고든 尹

1박2일 서해안 벨트 공략 마무리…DJ 정치적 고향·생가서 호남 민심 구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3일 전북 정읍과 전남 목포, 하의도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연이틀 서해안 벨트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의 독식 탓에 오히려 지역발전이 늦어졌다는 '홀대론'을 거듭 부각하면서 'DJ 정신'을 앞세워 호남 표심을 파고들었다.

그간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통했던 호남에서 윤 후보가 '득표율 30%'를 목표로 하고 공격적인 구애를 퍼붓는 모양새다.

윤석열,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 구민사 참배
윤석열,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 구민사 참배(정읍=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을 찾아 동학농민군 위패가 있는 구민사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2.2.23 [공동취재]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 정읍 소재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을 방문한 뒤 동학농민군의 위패를 모신 구민사를 참배했다.

동학농민혁명운동은 구한말 반봉건·반외세 농민운동으로, 그간 정치권에선 주로 진보·좌파 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미를 기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첫 정부 주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구민사 참배 후 방명록에 "권력의 부정부패에 항거하면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일깨운 동학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 가슴에 타오르고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리의 몸통'이라고 지목해온 윤 후보가 동학농민혁명의 뜻을 되새기면서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전날 충남 당진·서산·홍성·보령, 전북 군산·익산 집중유세에서도 이 후보를 "대장동 부패의 몸통"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어퍼컷 세리머니하는 윤석열 후보
어퍼컷 세리머니하는 윤석열 후보(목포=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워주신 윤석열, 목포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2.23 [공동취재]

오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좇았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목포에서 유세를 열고,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1박 2일간의 서해안벨트 일정을 마무리했다.

보수 정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진보 민주 진영의 전직 대통령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표현해왔다. 특히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통합'의 정신을 앞세워 공을 기렸다.

윤 후보는 목포 유세에서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DJ) 정신'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명 어록인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거론하는 한편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유세를 직접 보러 간 일화도 소개했다.

윤 후보가 'DJ 정신'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호남 표심을 다독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집권 시 극심한 여소야대 구도에서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 현실까지 고려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간 유세에서 '이재명의 민주당' 외 민주당 내 합리적인 인사들과는 협치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후보는 목포유세에서도 "민주당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주역들"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현재 민주당 세력과 나머지 진보·민주 진영을 분리했다.

DJ생가 찾은 윤석열
DJ생가 찾은 윤석열(신안=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20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