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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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유세 형식 빌어 광화문 일대서 8천여명 대규모 집회

전광훈 목사 주도 기도회…시·구청, 감염병예방법 적용 검토

경찰 "선관위에 행사 성격 문의"…5일에도 유세 형식 집회 예고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연일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측이 삼일절을 맞아 1일 광화문 일대에서 선거 유세와 기도회를 진행했다.

인원 제한을 피하고자 선거유세 형식을 빌렸지만,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이자 서울시 등 방역당국도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 조항 검토에 나섰다.

사랑제일교회와 국민혁명당이 주축이 된 '3·1절 광화문 1천만 국민 기도회 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25분께까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본철 후보 선거 유세와 함께 '3·1절 1천만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선거 유세로 신고돼 오전 11시 기준 3천 명 이상이 현장에 집결한 것으로 파악됐고, 이후에도 인원이 지속해서 늘어 오후 3시께에는 8천 명 가까운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의 경우 최대 299명까지 모일 수 있지만, 선거운동은 인원 제한이 없어 수천 명이 합법적으로 모일 수 있다. 집회 현장에 선거 유세 차량 등을 동원하면 사실상 대규모 집회를 열어도 현행법상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실제로 구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무대 위로 올라와 선거 유세를 했으나 이후로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인사들, 전광훈 목사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전국에서 상경 버스를 타고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각 지역 이름이 적힌 깃발을 들고 청계광장에 빼곡히 붙어 앉아 태극기와 성조기,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었다. 일부는 간혹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먹기도 했다.

인파 몰린 삼일절 집회
인파 몰린 삼일절 집회(서울=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민혁명당 및 광화문1천만국민기도회 관계자 등이 3·1절 1천만 기도회를 하고 있다. 2022.3.1

경찰은 행사 현장을 통제하기 위한 경력은 따로 배치하지 않았지만, 광화문 주변 질서 유지와 돌발상황에 대비해 19개 기동대, 약 1천500명가량을 투입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를 우선 선거유세로 보고, 해산 명령이나 방역지침 관련 경고 방송 없이 질서 관리와 통행 관리 등에 집중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유세 이후에 진행된 기도회와 행사를 유세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했다"라며 "경찰이 선관위 판단이 나오기 전에 섣불리 이 행사를 집회나 기도회로 관리했다가 나중에 선거유세라는 판단이 나오면 선거운동을 방해한 상황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충돌 없이 진행돼 경찰에 체포되거나 입건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거 유세는 시·구청 소관이 아니지만, 이후에 진행된 기도회에 대해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구청 측과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운동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방역 수칙을 적용해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며 "정당, 후보자 등이 자체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토요일인 이달 5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기도회 형식으로 모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크고 작은 선거유세와 집회가 열렸다.

우리공화당원 400여 명은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조원진 후보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300여명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규탄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삼일절 기념집회를 열고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