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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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확진자 투표' 대혼란…주먹구구 선거관리, 대선판 뇌관 돌출

이재명 페북글 통해 '철저 조치' 촉구…행안위원장 내일 선관위 보고 받기로

이준석, 선관위원장 책임론 제기…부정선거론 놓고 野내홍 가능성도

개표 결과 따라 부정선거·불복 등 후폭풍 우려…선관위 부실관리 책임론 불가피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소 부실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이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사전 투표율이 37%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투표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다.

이날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불량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투표권은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보장받아야 한다"며 "코로나 확진자분들의 투표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오는 6일 선관위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행안위 전체회의 소집도 검토 중이다.

같은 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확진자 사전투표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선관위는 사과하고 본투표 시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국민의힘은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선관위원장 이하 선관위원들은 이 사태에 꼭 책임을 지기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예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연유를 따져 물을 것이며 우선 9일에 진행되는 본투표 전까지 신속하게 납득할 만한 보완책을 만들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투표하신 분들의 표가 도둑맞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의 무능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소중한 투표권 행사가 심각하게 제약되고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확진·격리자들의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고, 야당 선거 감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선거 현장이 엉망진창"이라며 "선관위는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국민께 명확히 설명하고 백배사죄해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런 혼란 속에 선관위는 아직 제대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입장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선관위는 '투표소별 투표함 1개 규정'에 따른 주먹구구식 대책 마련과 확진자 투표자 규모 폭증에 대한 예측 미비 등으로 대혼란을 자초한 만큼, 부실관리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본투표일인 9일 최종 개표 결과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표차가 초박빙으로 나올 경우 자칫 이날 대혼란 상황이 부정선거 논란이나 불복 제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애초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온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이 자칫 부정선거론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내 일각의 부정 선거론을 진화하며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는 점에서 책임론 공방이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민경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사전투표하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으면, 그 사전투표가 부정투표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국힘당(국민의힘)은 일언반구라도 언급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고 저격했다.

반면, 박민영 청년보좌역은 페이스북에서 "부정선거 우려를 악용해 선거 보이콧을 유도하려는 간악한 무리들이 있다"며 "더 똘똘 뭉쳐 무능한 정부를 심판해주시기 바란다.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