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외르 크론보르성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 전략적 요충지에 세워져
요새에서 화려한 성 변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햄릿의 엘시노어성 모델
아침 식당은 호텔 로비이다.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조명이 내려앉은 식당 불빛은 어디로 숨어버린 햇살 대신 하루를 밝히고 있다. 우유 거품을 만들어내는 커피 기계 소음마저 활기차게 느껴지고 버터 향 짙은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감각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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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에 자리한 조식 식당. 등이 맞닿을 만한 거리에 테이블을 자리하고 사람들이 온기가 그리운 것인지 불평 없이 의자를 비껴가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로 한 이들 틈에 자리하여 아침을 나눈다. 등이 맞닿을 만한 거리에 테이블을 자리하고 사람 온기가 그리운 것인지 불평 없이 의자를 비껴가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가며 호텔 직원에게 맡긴 발레파킹 차량을 부탁한다. 간편한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면 차량도 도착해 있겠지. 구도심 어디에 주차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서로가 번거로운 일이다. 코펜하겐 도심에서 오히려 동남아 여행 때보다 많은 자전거 통행자를 보며 놀란 첫날!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이 낯설고 신기하다. |
크론보르성.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약 40㎞에 위치,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외레순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 셸란섬, 헬싱외르에 있다. |
크론보르성(Kronborg)은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약 40㎞에 위치한다.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외레순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 셸란섬(Sjaelland), 헬싱외르(Helsingør)에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무대인 엘시노어(Elsinore)로 알려져 있다. 이 고성은 덴마크인에게 가치가 남다르며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뛰어난 사례로, 북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425년 발트해 연안에 자리한 포메라니아의 에리크 왕은 외레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관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크론보르성이 자리 잡은 지역에 크로겐(Krogen)으로 알려진 성이 세워졌고 1574년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2세가 새로운 왕궁을 만들기 시작했다. |
크론보르 고성은 덴마크인에게 가치가 남다르며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크론보르성 바깥에 세워진 광고 간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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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륑빌과 포울 그린데르한센의 사실과 환상’ 특별 전시회. 4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덴마크 왕가의 역사를 디자이너 짐 륑빌이 웅장한 왕과 왕비 이미지로 3m가 넘는 초상화와 사진들 그리고 ‘태피스트리’로 재해석했다. |
바닷바람을 가르며 주차한다. 멀리서 보이는 성의 일부는 수리 중인지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성을 향하여 걷는다. 마침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짐 륑빌과 포울 그린데르한센의 사실과 환상’ 특별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4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덴마크 왕가의 역사를 크론보르 성벽에 장식하였다. 디자이너 짐 륑빌은 웅장한 왕과 왕비 이미지를 3m가 넘는 초상화와 사진 그리고 ‘태피스트리’로 재해석했다. 실사인 듯한 인형 모형들이 눈앞에 사실처럼 전시되어 있으니 이해하기가 한결 쉽고 재미난다. 어린아이들 틈에 함께 어울려 신기한 듯 훑어본다. |
덴마크 해양박물관.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하지 않은 건물이 인상적이다. |
덴마크 국립박물관 수석연구원들의 역사적 사실과 해석 논쟁 역시 충분히 흥미롭다. 비디오와 오디오로 흘러나오는 그들의 설명이 지난 역사를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이 현재에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낯선 이방인에게도 또 다른 관점을 가져다준다. 400년 동안, 해협의 배들을 향해 위협적인 총구를 겨누며 받은 통행료는 엘시노어에 있는 웅장한 성과 궁정에 축배를 울려 퍼지게 한다. 그들의 웃음과 화려한 궁정 생활을 상상하며 성을 벗어난다.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가 1629년 성을 태운 화재의 불길 같다. 화재 이후 300년 동안 크론보르는 덴마크 군대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조용하기만 했던 성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방문객들로 인하여 활기가 도는 듯하다.바닷가 먼발치에서 르네상스 시대 첨탑을 기억에 두고 덴마크 해양박물관으로 걷는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하지 않은 건물 주위를 둘러보며 잠시 카페에 앉아 바다를 느껴 본다. 박물관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가 마치 총포 소리 같은 여운으로 귓가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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