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열기는 더 끓어올랐다. TV 경기 중계를 보다 문득 든 궁금증 하나. 골을 넣는 선수 마다 왜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가는 걸까?
골 세레모니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두 팔을 펴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고난 생존 기술을 표현한 것이라는 학계의 이론이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자랑스러운 상태가 되면 ‘나는 강하고 우성이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려고 한다.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전해져 내려온 표현 방식이다. 스스로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고, 두팔을 벌리는 동작으로 몸을 크게 만드는 본능적인 방법이라는 것.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제시카 트레이시 박사팀이 올림픽 경기에서 이긴 선수들과 진 선수들의 행동들을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패가 갈린 직후 어떻게 행동하는지 사진들을 모아 경기 후 분석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본 일이 없다.
시각장애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겼을 때 가슴을 쫙 펴고 두 팔을 벌리는 것과 같이 몸을 확장시켰다. 경기에 졌을 때는 움츠리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생존 기술’이라 명했다.
경기에 졌을 때 몸을 움츠리는 행동도 생존기술의 형태다.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적이 나타나면 이를 인정하고 ‘당신을 섬기니 해치지 마라’는 식으로 낮은 자세를 취한다. 대신 인간은 몸을 움츠리는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경기에 졌을 때 이러한 움츠리는 형태는 서양 선수들보다 동양 선수들에게서 더 잘 나타난다. 이는 동양의 집단 중심 문화와 관련이 있다. ‘져서 미안하다’는 의식을 자신이 소속된 집단 구성원들에게 드러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선수들이 드러내는 미묘한 심리 상태와 동작들을 관찰한다면, 또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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